제목 한 명도 놓치지 않는 '마음교육'…교사 지원 중요 [청소년 마음건강 심층 기획]
[EBS 뉴스12]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돼 화제를 모았던 이 책.
대낮에 학교에서 13명을 숨지게 한, 미국 콜럼바인 총격 사건 가해자의 엄마가 썼습니다.
평범한 아들이 살인자가 된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엄마가 발견한 건, 바로 '정신건강'의 문제였습니다.
실제 1999년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선 청소년들의 정서적 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그 결과, 정규 교육에서 모든 학생에게 감정과 관계의 기술을 가르치는 '사회정서학습'이 체계를 잡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는데요.
미국의 사회정서학습이 뿌리내리는데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 내년에 첫 시도를 앞둔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이상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미국 시카고의 한 중학교 '사회정서학습' 시간.
장애물을 만났을 때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행동 계획을 세우는 법을 배웁니다.
인터뷰: 브리아나 폰테 7학년 / 美 시카고 핀리 중학교
"수업 시간에 무언가를 배울 때나 시간 안에 끝내야 할 때 긴장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저희를 도와주세요. 사회정서학습에서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워서 불편함을 덜 느끼고 긴장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리고 자기 자신에 관해서 더 좋은 감정을 가지게 돼요."
초등학교에서 주로 자기조절과 공감 능력을 발달시켰다면, 중학교에서는 힘든 일을 겪을 때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단편적으로 보면 교과 학습과 무관해보이지만, 교사들은 사회정서학습이 학업 성취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레지나 멀론 수학 교사 / 美 시카고 핀리 중학교
"학생들이 삶의 장애물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게 해서, 수학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스스로 자기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교우관계에도 문제가 없다면, 학업에 집중해서 이루고 싶은 것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학생들은 수업시간을 포함한 학교생활 전반에서 사회정서학습시간에 배운 기술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또 특별히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생에게 사회정서학습을 실시하는 동시에, 관심군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겁니다.
수업은 최대 4명까지 소규모로 진행해,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세드라 카토브 6학년 / 美 시카고 핀리 중학교
"저는 교실에서 많은 아이들과 함께 배우기도 하는데, 시끄럽고 긴장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작은 집단에서는 더 좋고 평온하다고 느끼고, 지금 여기 있는 친구들처럼 아는 친구들이 있으면 용기를 낼 수 있어요."
교육당국도 학교 현장의 사회정서학습을 돕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학군 단위로 양질의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을 채택해, 교사들의 수업 준비 부담을 덜어주고,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생활지도나 가정연계 활동도 지원합니다.
인터뷰: 제프리 영버그 교장 / 美 시카고 핀리 중학교
"만약에 선생님들한테 사회정서학습을 가르치라고 한다면 그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겁니다. 왜냐하면 선생님들은 보통 자신이 사회정서학습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프로그램의 좋은 점은 디지털 기반 모듈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쉽고, 이 프로그램만 있으면 어떤 선생님이든 능숙하게 가르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일리노이주 교육청에서는 7개의 사회정서학습 허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에게 전문적인 연수와 코칭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가렛 포드고르스키 / 사회정서학습 허브 프로그램 서비스 디렉터
"사회정서학습 허브에서는 평가도구나 자료, 코칭 등을 제공해서 정신건강과 사회정서학습의 모든 부분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가 실행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대한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안정적인 재정 지원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사회정서학습'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지금까지 연방정부와 일리노이주 정부가 사회정서학습에 투자한 예산은 4470만 달러, 약 624억원 규모에 이릅니다.
인터뷰: 캐런 반 오스달 / 美 사회정서학습협회(CASEL) 부회장
"사회정서학습에 대한 팬데믹 이후의 투자는 꽤 놀라웠다고 생각합니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주 전역에 전문성 개발 및 평가 도구를 제공하는 허브를 운영하고 있고, 허브에서는 사회정서학습과 트라우마에 대한 대응, 회복력과 치유에 초점을 맞춥니다."
전문가들은 사회정서학습이 학교 현장에서 뿌리내리려면 안정적인 지원체계를 통해 교사들이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EBS뉴스 이상미입니다.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