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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역 사교육 경고등] "대치동이 전국으로"…지역 사교육비, 서울보다 더 뛰었다

[교육,중등,초등,고교]
진태희 기자
작성일
25.06.09

[EBS 뉴스12]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힌 학원 간판, 아이들을 태운 차량과 학부모들로 붐비는 거리.


이제는 서울 강남만의 풍경이 아닙니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가 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눈에 띄는 건 그동안 사교육비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중소도시와 읍면지역으로 갈수록 증가 폭이 컸다는 점입니다. 


가뜩이나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교육비 부담은 가계 경제에 큰 압박이 되고 있는데요.


EBS는 빠르게 확산하는 지역 사교육 실태를 연속으로 보도해 드립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달아오른 지역 학원가를 진태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대치동' 이름을 내건 간판들이 줄지어 선 학원가.


서울 강남이 아닌, 충남 천안 불당동입니다.


충남 최대 학원 밀집지로 불리는 이곳은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학생들로 붐빕니다.


인터뷰: 중학교 1학년 / 충남 천안 불당동

"아직 세 군데 밖에 안 다니긴 하는데 많이는 7~8군데까지 봤고 평소에는 여기서 공부를 하고 주말엔 대치동에 가서 공부를 하는 애들도 있고…."


최근엔 대치동 유명 학원의 분원이 속속 들어서며 사교육 열기에 불을 지폈습니다.


초등 의대반부터 킬러 문항 대비반까지, 수업 방식과 강사진 구성 모두 대치동과 비슷하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인근은 물론 수도권 학생들까지 원정 수강에 나설 정도입니다. 


인터뷰: 고등학교 3학년 / 충남 아산 배방읍

"가끔 대전 친구도 한 명 봤고 경기도 친구도 몇 명 봤고 이런 식으로 왜냐하면 여기 서울에서 내려온 학원도 많이 있어서 서울에서 다니는 친구도 꽤 봤거든요."


해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사교육비.


그런데 더이상 서울의 일부 학군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중 사교육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을 분석했더니 전북과 제주, 충남 등 비수도권지역이 상위권을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중학생 고등학생 학부모 / 충남 천안

"학원들이 정말 우후죽순 많이 생겨나고 기존에 있었던 학원조차 굉장히 규모가 커졌어요. 저희 아이들도 초등학교 때부터 다니는 학원들도 있는데 확실히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체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불당동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아산 탕정 신도시.


다양한 대입 전형을 준비하기 유리하다는 입소문에 사교육 거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진태희 기자

"(이곳은) 면 소재지라 지역인재 전형뿐 아니라 농어촌 전형까지도 지원이 가능한데요. 심지어 역세권이라 서울 강남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이 같은 접근성을 활용해 평일엔 불당동, 주말엔 대치동을 오가는 학생들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중학교 1학년 / 충남 천안 

"(주변에서) 네다섯 명 정도 대치동 (학원) 다니는 것 같아요. 아침 일찍 가서 한 세 시간, 두 시간씩 하고 공부를 하고 와요."


지난해 의대 정원이 급격히 확대되고, 늘어난 정원이 지역인재전형에 집중되면서, 서울에서 '조기 유학'을 오는 수요도 늘었습니다. 


인터뷰: 김효성 초등학교 교사 / 충남 아산 배방읍

"수원을 넘어서 서울이나 또는 경기도 외곽 지역에서도 많이 오고 있다고 들었고 특히 KTX가, 접근성이 용이한 그런 쪽에서 많이 온다고 들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수도권 내 포화 상태에 다다른 사교육 시장이, 이제는 지역으로 판로를 확장하는 상황.


정보와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학생들의 불안이 겹치면서 사교육 열풍은 읍면 지역까지 깊숙이 번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등학교 3학년 / 충남 아산 탕정면 

"여기(불당동)가 아무래도 학구열이 조금 더 세고 학원도 많아서  선생님들도 서울에서 내려오시는 선생님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 그걸 듣고 대부분 다 여기로 넘어와서 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실제 지난해 읍면 지역의 사교육비 증가율은 서울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가뜩이나 지역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사교육비 부담은 학부모들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인터뷰: 초등학생 중학생 학부모 / 충남 천안 

"(한 달 사교육비로) 300만 원 좀 안 되는 것 같아요. 외식비를 좀 줄이고 그다음에 의류비도 좀 줄이고 아무래도 다른 부분을 줄이게 되죠. 내가 어려워서 학원을 못 보냈어 이런 이야기는 사실은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문제는 이렇게 지출을 늘려도, 지역과 서울 사이의 교육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박남기 명예교수 /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특정 학군에 좋은 사교육 기관이 몰리게 되고 또 거기에 몰리게 되니까 또 그쪽으로 돈 있는 사람들은 더 이사를 가게 되고요. 이게 수도권으로 집중되다 보니까 수도권과 지역 간의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고요."


교육 격차가 곧 기회의 격차, 나아가 평생 임금 격차로 이어지는 시대.


공교육 개선은 더디기만 하고, 이 사이, 지역 곳곳으로 확산되는 사교육은, 지역 내 또 다른 양극화를 낳고 있습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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