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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분 문화톡] "좋은 영화, 천천히 오래 보도록" 슬로우시네마 운동

[문화,유아·초등,중등,대학,평생,초등,고교]
황대훈 기자
작성일
26.07.10

[EBS 뉴스]

서현아 앵커

한 주간의 문화 소식을 깊이 있게 짚어보는 '10분 문화 톡'입니다.

 

예술적 가치가 높은 독립영화들이 대형 극장 위주의 스크린 독점 현실 속에서 상영관을 확보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좋은 영화들이 입소문도 타기 전에 서둘러 내려지는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이런 환경을 바꿔보고자 영화인들이 '슬로우 시네마 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좋은 영화를 천천히, 깊이 있게 즐기자는 움직임인데 황대훈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네, 먼저 슬로우시네마 운동을 시작한 계기부터 짚어볼까요?


황대훈 기자

네, 한마디로 말하면, 좋은 독립영화가 관객을 만나기도 전에 극장에서 사라지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운동입니다.


이번 운동에는 독립영화 창작자들과 독립, 예술영화관 관계자들이 모여서 지난 달 기자회견을 열고 운동을 시작했는데요. 


지금은 극장에서 모두 내려진 독립영화 세 편을 올해 말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관객과 계속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가곘다는 겁니다. 


참여한 영화는 살펴보면요, 먼저 박봉남 감독의 영화 '1980 사북' 입니다. 


1980년 4월 강원도 정선군 사북에서 광부와 주민 3천여명이 열악한 노동환경을 문제삼으며 공권력과 충돌한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요. 


5.18 광주민주화 운동보다 한 달 앞서서 발생했지만 오랫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란희 감독의 영화 '3학년 2학기'는 저희 뉴스에서도 다뤘던 영화인데요.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의 첫 노동을 그린 영화로 지난해 독립영화계에서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양희 감독이 만든 음악 다큐멘터리 '바람이 전하는 말'인데요.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같은 명곡 3천 곡을 만든 작곡가 김희갑과 작사가 양인자 부부의 삶을 다루면서 한국 대중음악사를 정리한 작품입니다. 


이 세 작품 모두 개봉 이후 상영관이 빠르게 줄었지만, 감독과 관객들이 직접 대관 상영과 공동체 상영을 이어가면서 뒤늦게 새로운 관객들을 만났는데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가 흥행 성적에 따라 곧바로 극장에서 퇴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을 천천히, 오랫동안 찾아가자는 뜻에서 '슬로우시네마'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런데 이 독립영화가 왜 어려운가 그 상황을 자세히 짚어보면 물론 상영 환경이 어려운 측면도 있겠지만 관객들의 인식 속에서도 독립영화는 좀 어렵지 않을까, 접근하기가 까다롭지 않을까 이런 마음이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황대훈 기자

맞습니다, 좀 어려운 영화다 혹은 좀 재미없는 영화가 아닐까 이런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사실 독립영화가 관객들에게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너무 적다는 겁니다.


간담회에서 제시된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개봉작 가운데 독립·예술영화는 약 18%를 차지했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영화관과 스크린은 전체의 2% 안팎에 불과합니다.


개봉관을 잡아도 하루 한 차례, 그것도 아침이나 늦은 시간처럼 관객이 찾기 어려운 시간대에 편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멀티플렉스에서는 개봉 전날에야 예매가 열리는 사례도 있어, 관객이 영화의 존재를 알거나 관람 일정을 잡을 시간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전하는 말'의 양희 감독도 관객과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상영하는 극장이 없었다"는 원망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러니까 독립영화가 어찌 됐건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자는 취지겠죠.


그렇다면 슬로우시네마 운동은 어떻게 전개가 되는 겁니까?


황대훈 기자

우선 세 작품을 올해 말까지 IPTV나 OTT로 넘기지 않고, 극장에서 계속 상영한다는 계획입니다.


8월 21일에는 세 작품 공동 상영회도 열고요.


단순히 영화관에 오래 걸어두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자들이 직접 관객을 찾아가 관객과의 대화, 공동체 상영, 지역 순회 상영을 확대합니다.


관객이 직접 집 근처 극장을 빌리고, SNS나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함께 볼 사람을 모집하는 대관 상영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3학년 2학기'는 오는 9월부터 16주 동안 청년과 기성세대가 함께 영화를 보는 릴레이 상영을 추진하고, 수능 응원에만 집중된 문화를 모든 청년의 출발을 응원하는 문화로 바꾸는 캠페인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1980 사북'은 내년 4월 사북항쟁 47주년까지 상영을 이어가며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를 촉구할 예정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다면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독립영화 유지를 위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황대훈 기자

네, 영화인들은 이미 여러 방식의 실험을 이어왔습니다.


극장을 확보하지 못한 창작자들이 배급사의 선택만 기다리지 않고 직접 개봉을 추진하는 '자체 개봉'이 대표적입니다.


일정 기간 상영을 보장하는 '8주의 약속', 전국의 여러 극장과 연대하는 상영 운동,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직접 극장에 요구하고 대관하는 이른바 '관객 주권 운동'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람이 전하는 말'은 공식 종영 이후에도 관객들이 전국에서 60여 차례 대관 상영을 열었고, 대부분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1980 사북'도 관객들의 후원금으로 무료 상영을 열고, 영화를 본 관객이 다시 후원해 다른 지역의 상영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관객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독립영화를 큐레이션해서 구독 서비스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독립영화를 주로 배급하는 배급사 시네마 달 같은 경우에 올해 상반기부터 매달 극장에 걸리지 못했거나, 너무 짧게 걸렸던 독립영화들을 선정해서요, 다큐멘터리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작가의 글을 함께 큐레이션해서 볼 수 있는 '다달'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크게 부족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늘리고, 멀티플렉스가 독립영화 상영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정책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서현아 앵커

마지막으로 독립영화가 한국 영화계에 중요한 이유를 정리를 해볼까요?


황대훈 기자

독립영화는 제작비가 5억원대로 적습니다. 


상업적인 흥행 가능성만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역사와 노동, 인권, 세대 문제를 기록하는 역할을 합니다.


'1980 사북'은 오랫동안 잊혔던 사북항쟁과 국가폭력 문제를 다시 공론장으로 끌어냈고, 관련 국가 사과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으로까지 논의를 확장했습니다.


'3학년 2학기'는 대학 진학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직업계고 학생들의 노동과 첫 출발을 조명했고, '바람이 전하는 말'은 중장년 관객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다른 세대와 이야기를 나누게 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인 의미가 있는 영화이다 보니까 더더욱, 집에서 관객들이 OTT로 혼자 보는 게 아니라 극장에서 함께 모여서 보는 경험이 그 영화가 주는 메시지의 파급력을 극대화 하게 되는 거라는 말도 하더라고요. 


특히 독립영화는 새로운 감독과 배우, 영화적 형식을 발굴하는 한국 영화계의 토대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만큼, 그 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지키는 일이 한국 영화 생태계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운동에 참여한 영화인들의 설명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우리 문화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가 되려면 다양한 색깔을 유지하는 것도 참 중요하겠죠.


좋은 영화를 관객들이 천천히 또 오래 함께 보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합니다.


황대훈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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