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배우의 깊이에 풍덩…'1인극'의 매력
[EBS 뉴스12]
무대를 배우 혼자 채우는 '1인극'이 최근 연극 무대에 잇달아 오르고 있습니다.
극 전체를 혼자 이끌어 가야 해서 배우의 부담은 크지만, 관객은 그만큼 한 배우의 연기와 내면을 깊숙히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배우의 깊이에 풍덩 빠져드는 1인극의 매력을 황대훈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성소수자가 목숨을 위협받던 나치 독일과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아남은 여장남자 '샤로테'.
"이 축음기는 뉴저지주 오렌지시에 위치한 내셔널 포노그래프 컴퍼니에서 만들었습니다. 한때 전 1만 5천 개가 넘는 실린더를 수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목소리도 몸짓도 달라집니다.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 베를린 특파원 존 막스. 1990년 9월, 더그에게."
한 명의 배우가 무려 35개의 역할을 소화하는 1인극 공연입니다.
미국인 극작가부터, 가족, 친구, 사회주의 비밀경찰까지 쉴 새 없이 넘나듭니다.
12년 전 초연에 이어 다시 '샤로테'가 된 배우 지현준과 배우 백석광이 더블 캐스팅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지현준 배우 /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연출이) 살면서 현준 배우가 만난 사람들 35명을 사진을 붙여서 그 사람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봐라라고 했던 적이 있어요. 나한테 묻어 있는 이 역할의 주인공처럼 이 사람을 스쳐간 많은 몸들이 내 안에 있는 거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서요."
작품은 급변하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삶을 살았던 샤로테를 통해, 끝내 사회가 정한 방식으로 분류되지 않는 한 인간의 고유함을 드러냅니다.
"아뇨, 엄마. 난 결혼하지 않아요."
"Ich bin meine eigene Frau. 나는 나 자신의 아내니까요."
무대 위에는 상대 배우도, 잠시 숨을 고를 틈도 없습니다.
배우에게는 고통스러울 만큼 무거운 무대.
하지만 관객에게는 한 사람의 연기를 가장 깊숙이 들여다보는 특별한 시간이 됩니다.
인터뷰: 지현준 배우 /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1인극은) 그 배우가 다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 있어서 저 사람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이 캐릭터는 저 사람의 인생에서 어떻게 그려져서 나오고 있는지 정말 사람에 대해서 여실히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서."
최근 무대에 오른 또 다른 1인극 '플리백'도 세 여성 배우가 각자 홀로 무대를 책임집니다.
거친 욕설과 성적인 표현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주인공의 깊은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과정은 배우들에게도 큰 도전입니다.
인터뷰: 김주연 배우 / 연극 '플리백'
"공연 대본만 받고 이걸 할지 말지 할 때 악몽을 꾼 건 처음이었어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또 우리가 좀 더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진 이야기를 담고 있구나 그렇게 느껴서요."
동료 없이 홀로 선 무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배우를 만나는 시간.
배우의 깊이에 풍덩 빠져드는 1인극의 독특한 매력이 연극 무대를 채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지현준 배우 /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어떤 스토리 위주의 연극이나 드라마를 보시던 관객분들한테 사람에 대해서 한번 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와 어떤 깊이를 주는 게 아닐까."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