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교실에 퍼진 혐오 문화…'교육적 개입'은 어렵다?
[EBS 뉴스]
최근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한 야구부 학생들의 응원 구호가 사회적인 논란이 됐습니다.
그런데 교실에서도 이같은 혐오 표현과 역사 왜곡을 접했다는 교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사 10명 가운데 7명이 이런 사례를 직접 목격했지만, 교육적인 개입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정 때문인지,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탱크데이" 응원 배재고 야구부 논란…
교사 73.9%, "학생 혐오·역사왜곡 직접 목격"
교실까지 번진 혐오 문화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교육도 '머뭇'
교육적 개입 위한 '안전장치' 시급
극단화 막을 교육, 지금 필요한 것은?
-----
서현아 앵커
교실에 퍼진 혐오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지희 부위원장과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네, 10대들이 극우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 이런 우려가 나올 정도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혐오 문화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 현장에서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김지희 부위원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10대 극우화라기보다는,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을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접하고, 일부 청소년들은 그것을 직접 표현하고 신념화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지난 12.3계엄부터 이번 야구대회까지, 혐오·역사왜곡 표현들이 교실과 학교 곳곳에서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저희 전교조는 심각성을 느끼고 작년부터 사회적 대화, 강연회 등 혐오·역사왜곡 표현에 관련된 여러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이번 조사는 야구대회 응원 중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사안을 계기로 전국 교사 1,109명과 초6~고3 학생 1,63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교사의 88.4%는 이번 사안에 대해 온라인 혐오 문화가 학교로 유입된 구조적 결과로 인식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혐오·역사왜곡 표현이 이미 학교 현장 전반에 걸쳐 심각하게 퍼져 있는 문제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다면 이제 교실은 혐오가 만연한 곳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실태조사에서도 이런 시각이 드러났습니까?
김지희 부위원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네, 그렇습니다.
열 명 중 아홉 명의 교사가 최근 1년간 학생에게서 혐오나 역사왜곡 표현을 접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중 73.9%는 전해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직접 목격했다고 답해, 대부분이 실제 교실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증명됩니다.
77.3%는 쉬는 시간 학생들 간 대화에서 확인되었지만, 수업 중에, 과제물이나 발표 자료에서도 혐오·역사왜곡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쓰는 혐오 표현 1위는 전·현직 대통령 비하 및 조롱이었고, 교사의 58.2%가 "반복적으로 자주" 접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혐오·차별 표현, 세대·계층 비하 순이었습니다.
혐오·역사왜곡 표현이 쉬는 시간부터 수업, 과제까지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일상화됐다는 걸 보여줍니다.
서현아 앵커
네, 혐오의 언어가 지금 약자들을 대상으로도 번져나가고 있는 모습인데, 사실 어린 학생들이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을 것 아닙니까?
어떤 경로를 통해서 혐오의 언어를 접하고 있는 걸까요?
김지희 부위원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청소년들이 혐오·역사왜곡 표현을 접하고 습득하는 가장 주된 경로는 '온라인 숏폼 플랫폼'입니다.
청소년 조사 결과 순서대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입니다.
또한 최근 1년 동안 가장 많이 접한 혐오·역사왜곡 표현은 "외모, 성적, 가정환경, 지역, 말투 등을 조롱하는 표현"이고, 이어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죽음, 사고, 비극을 조롱하는 콘텐츠"였습니다.
1번 이상 접했다는 비율이 70~80% 정도 되어, 혐오 표현이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를 넘어 청소년의 온라인 환경 전반에 넓게 퍼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숏폼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자극적인 혐오·역사왜곡 콘텐츠에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라고 학교가 잘 가르쳐줘야 할 텐데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김지희 부위원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의 75.2%가 혐오 표현 대응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고,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대한 우려"를 꼽았습니다.
실제로 교사가 지도에 나서도 학생 절반가량은 "장난이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고, 세명 중 한명은 지도 이후에도 같은 표현을 반복했습니다.
일부 학생은 오히려 "교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반발하기도 했는데, 이는 교사에게 정치 기본권이 없어 반박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 벌어져도 책임질 학교 시스템조차 없습니다.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숙지하고 있다'는 교사는 2.1%, 학교 차원의 공동 대응 체계가 있는 곳은 8.2%에 그쳤습니다.
결국 교사 개인이 민원과 학생의 반발을 아무런 지원 없이 떠안아야 하니, 일상적인 교육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사실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과는 별개로 혐오는 아무에게도 하면 안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할까요?
김지희 부위원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무엇보다 교사가 혐오 표현이 왜 문제인지, 역사적 사실이 무엇인지를 당당하게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그러려면 역사적 사실 교육조차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반발에 부딪혀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교사 보호장치가 필요합니다.
교사 조사에서 향후 가장 시급한 대책 1위로 꼽힌 것도 '학교생활규정에 혐오표현 금지와 교육적 조치 근거 명시'였습니다.
지금처럼 교사 개인의 판단과 재량에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학교생활규정에 혐오·차별 표현에 대한 교육적 조치 근거를 명확히 넣어 제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교사의 정치 기본권을 보장해 쟁점 교육을 할 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응답도 41.8%에 달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사실 이런 사회적인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반짝하고 특별교육을 하기도 하고 계기교육도 이루어지는데 이런 단편적인 교육으로는 만연한 혐오 문화를 고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교육 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김지희 부위원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맞습니다.
혐오와 역사왜곡 표현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몇 시간 특별교육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온라인과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접하는 문화를 학교 역시 교육과정 속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실제 청소년 조사에서도 학생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것은 학교에서 혐오표현과 역사왜곡 문제를 제대로 배우는 것이었고, 실제 사례를 놓고 왜 문제가 되는지 함께 생각해 보는 수업이 뒤를 이었습니다.
또 학생들은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왜 문제인지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을 꼽았습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하지 마라'는 훈계가 아니라,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입니다.
따라서 민주시민교육과 역사교육, 인권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교육과정 속에서 유기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동시에 교사가 정치적 논란이나 민원 때문에 위축되지 않고 이러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표준 지도자료와 제도적 보호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교사가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학생도 제대로 배울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정말이지 당연한 걸 가르치는 게 너무나 어렵고 조심스러워진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혐오를 넘어서 존중의 가치를 배우려면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당당하게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