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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혐오의 놀이화'…고교 야구 응원 구호 논란, 학교는 지금

[교육,중등,초등,고교]
이상미 기자
작성일
26.07.01

[EBS 뉴스]

그런데 이번 논란은 일부 학생들의 일탈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번져나가는 혐오 문화의 그늘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반인륜적인 조롱과 혐오를 놀이처럼 받아들이는 학생들, 그동안 우리 학교 현장은 무엇을  놓쳤던 것일까요. 


김희정 중등교사노조 위원장과 자세히 짚어봅니다.


네, 이번 논란을 단순한 학생들의 장난이나 일탈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참 많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김희정 위원장 / 중등교사노동조합

저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장난'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역사적 비극이나 지역, 성별, 세대 갈등 같은 혐오가 '온라인 밈'의 형태로 재가공되어 학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는 현상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이를 우려하고 있고요.


학생들이 꼭 악의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아닌데, 오히려 문제는 '재미있는 문화', 유행처럼 문제의식 없이 소비된다는 점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역사까지 웃음거리로 소비된다면,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힘이 약해지고, 결국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원래 이런 현상을 바로잡고, 왜 내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지 배우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학교가 그런 교육적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저희 중등교사노조는 이를 '혐오의 놀이화'라고 표현했는데요. 


이번 사건은 학생 몇 명의 문제가 아니라, 혐오와 왜곡된 정보가 청소년 문화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사회 전체의 문제이며, 우리 사회가 청소년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묻는 중요한 '교육적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실제로 요즘 학생들 유튜브나 SNS를 통해서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정말 많이 접하지 않습니까?


이런 온라인상의 이른바 '밈' 문화가 아이들의 가치관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십니까?


김희정 위원장 / 중등교사노동조합

학생들은 이제 교과서나 신문, 뉴스보다 유튜브나 SNS의 알고리즘을 통해 사회와 역사를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알고리즘은 맥락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왜 그 사건이 발생했는지,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는지, 왜 민주주의의 역사로 기억해야 하는지보다 자극적인 밈과 짧은 콘텐츠가 먼저 소비됩니다.


결국 학생들은 많은 시간 핸드폰을 손에 쥐고 알고리즘으로 접하지만, 교사는 그것을 교정하고 토론할 충분한 교육적 권한과 사회적 신뢰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혐오를 멈추게 하는 곳이어야 하는데, 점점 침묵을 선택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고 우려스럽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런데 이 문제가 된 학생들의 행동은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되겠지만 개인을 낙인 찍는 방식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참 많습니다.


이런 사안이 생겼을 때 학교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될까요?


김희정 위원장 / 중등교사노동조합

학생들의 행동은 분명 비판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보면, 학생들은 생각보다 많이 변합니다. 


다만 변화는 강한 처벌이나 낙인, 배제가 아니라, 왜 그것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곤 합니다.


학교는 학생들을 비난하는 곳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을 돌아보고, 다시 공동체 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이번 사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역사의 의미를 다시 배우고, 왜 특정 지역에 대한 조롱이 공동체를 해치는지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교육은 응징의 과정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한편으로 이번 논란은 교사들이 이런 문제를 수업과 생활지도에서 얼마나 제대로 다룰 수 있느냐의 문제로도 이어집니다.


선생님들이 이 혐오 표현이나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으려고 할 때 현장에서는 어떤 부담이 있습니까?


김희정 위원장 / 중등교사노동조합

사실 최근에는 학교의 일상적인 운영조차 정치적 논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며칠 전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 운영과정에서 교실 환경 정비를 위해 태극기를 일시적으로 가려 놓았는데, 온라인상에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위로 왜곡돼 퍼져나갔고, 온라인상의 비난뿐 아니라 항의전화 등의 공격으로 결국 학교가 입장문까지 내는 일도 있었습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적 갈등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것 자체가 민원, 신고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 국어교사로서 5·18을 다룬 작품을 수업한 뒤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왜 하라는 수업은 안 하고 영화를 보여주느냐", "너무 편향적인 수업 아니냐"는 민원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의견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정당한 교육활동조차 언제든 논란과 공격의 대상이 된다면, 결국 꼭 필요한 질문보다는 안전한 주제만 선택하게 되고, 민주시민교육은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다면 현장에서 교사들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를 두려움 없이 가르칠 수 있으려면 어떤 권한과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희정 위원장 / 중등교사노동조합

교사들은 처벌할 권한이 아니라 교육할 권한, 가르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혐오 표현이 나왔을 때 교사가 "그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설명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역사적 사건뿐 아니라 월드컵 시청 같은 일상적 교육활동조차 민원과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위축되곤 합니다. 


학교는 사회를 배우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사회적 이슈를 피해야 안전한 공간이 되어가는 역설적 상황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교사의 교육적 판단을 존중하는 문화,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정부와 교육기관이 교사를 지지해준다는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중등교사노조가 성명에서 강조했듯이, 교사가 두려움 없이 가르칠 수 있을 때 학생들도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동체를 존중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교사가 두려움 없이 가르칠 수 있도록 지지해 준다는 신뢰가 필요하다라고 짚어주셨습니다.


결국 학교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타인에 대한 존중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우리 학교의 민주시민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달라져야 될까요?


김희정 위원장 / 중등교사노동조합

저는 민주시민교육은 특정한 이념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역사를 기억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늘 학교 교육과정 안에 관련 교육을 몇 시간 추가하고, 교사 대상 연수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왔습니다. 


솔직히 이런 방식으론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시민교육은 교과목이 아니라 '교실의 문화'로서, 교실에서 일상적인 대화와 질문, 토론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녹록치 않습니다.


결국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두려움 없이 질문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학교 교실이 건강한 질문과 토론을 통해서 공존과 존중의 가치를 되살리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뒷받침을 해야겠습니다.


위원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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