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10분 문화톡] 여든에 찾은 설렘…무대 위 피어난 '늦깎이 배움'
[EBS 뉴스]
배움에는 정말 늦은 나이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경북 칠곡의 문해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들의 삶을 담아 큰 울림을 줬던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 이번에는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는데요.
오늘 10분 문화톡에서는 글을 배우며 세상과 다시 연결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먼저 영상으로 보시죠.
[VCR]
"배우는 기 와 이리 재밌노!"
여든에 문을 연 한글 교실
삶의 희로애락 녹여낸 다큐 영화 <칠곡 가시나들>
유쾌한 '뮤지컬' 무대로 재탄생
평범한 이들의 눈부신 역사
무대 한가운데 선 '당당한 주인공들'
무대 위로 올라온 '늦깎이 배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
서현아 앵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에서 문해학교 반장 '영란'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는 김아영 배우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제목부터 아주 유쾌하고 강렬합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어떤 작품일까요?
김아영 배우 /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영란 역
네, 저희 작품은 <칠곡 가시나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어요.
2019년도에 개봉했던 영화인데요.
그 영화와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이라는 에세이 책을 바탕으로 만든 실화 뮤지컬이고요.
경북 칠곡에서 한글을 어린 시절에는 평생 이제 가족을 위해서 노력하시고 다른 어떤 희생을 하시느라 한글을 배우지 못하신 할머님들이 뒤늦게 한글을 배우시면서 시를 쓰시고 본인들 끼리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는 설렘을 찾아가는 아주 아름다운 뮤지컬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실제 할머니들의 삶을 연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거든요.
실제로 문해학교를 찾아가서 할머니 몇 분을 만나기도 하셨다고 들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김아영 배우 /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영란 역
저희가 실제로 이제 문해학교가 전국에 굉장히 여러 곳에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가까운 이제 동대문 쪽에 문해학교를 가서 실제 수업을 참관을 했는데요.
할머님들이 이제 너무 울고 웃고 신나게 수업을 듣고 계신데 저희가 이제 질의 응답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어떤 할머님 한 분한테 혹시 첫 받아쓰기를 몇 점을 받으셨냐 저희가 물어봤는데 할머님이 너무 해맑게 '빵점 받았어요' 하시면서 까르르 웃으셨어요.
그래서 저희도 이제 다 같이 막 웃으면서 너무 할머니를 사랑스럽게 보고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굉장히 기억에 남는 게 '근데 빵점 받아도 너무 좋았어요.
이제는 모르는 게 아니라 틀린 거니까'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때 제가 이미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는데도 약간 탁, 한 대 맞는 기분이 좀 들더라고요.
이게 단순히 글을 모른다라는 것이 뭐 글을 몰라서 좀 아쉽다 정도의 감정이 아니라 어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의 문제일 수도 있고 굉장히 두려움 가운데 사셨던 삶을 이제야 굉장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느낌을 가지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 이 공연을 정말 좀 가치 있게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 늦깎이 학생들의 열정을 연기하면서 배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배우님께서도 연기하시면서 여러 가지 느끼신 점들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김아영 배우 /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영란 역
네, 제가 저희 노래의 가사들이 거의 90% 이상이 할머니들이 직접 쓰신 시로 만들어졌어요.
그러니까 작가님이 직접 이제 이 이야기를 조금은 허구를 더해서 재미있게 만드시기는 했지만 가사만큼은 할머니들이 직접 쓰신 시어로 다 만들자라고 하셔서 시어로 되어 있는데 저희가 그 시를 처음에 접했을 때는 그냥 좀 '아 할머니들이 너무 귀여우시다, 사랑스러우시다'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이 공연을 하면서 크게 배운 점은, 참 이렇게 오랜 세월을 단단하게 살아오신 분들은 말씀에 군더더기가 없구나, 굉장히 다른 설명이 필요가 없다.
시어를 또 우리 관객분들도 또 직접 오셔서 들어보시면 굉장히 명확하고 뭐 어려운 말이 아닌데도 굉장한 저희에게 어떤 귀감을 주시고 감동을 주는 말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진짜 순수하게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기에는 많은 설명이 필요 없다.
인생이 이렇게 단단하게 담겨 있으면 이 짧고 굵은 말 한마디에도 정말 많은 걸 담아낼 수 있구나, 그런 걸 할머님들의 시어를 통해서 제가 많이 배우게 됐던 것 같아요.
서현아 앵커
네,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 극중 할머니들은 단순히 누군가의 엄마, 할머니가 아니고 한 시대를 통과해 온 단단한 삶을 살아온 주인공들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연기하시면서 이 인물들이 살아온 삶의 무게, 어떻게 해석을 하셨을까요?
김아영 배우 /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영란 역
실제로 저희가 할머니들을 직접 뵙기도 하고 연구를 하면서도 느낀 건 우리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더 순수하시고 훨씬 더 소녀 같은 면이 있으셔서 뭔가 이런 노역을 한다라는 기분보다 오히려 저희 안에 있던 소녀 같은 면모를, 더 순수한 면모를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서현아 앵커
네, 단단함을 갖춘 순수함의 힘.
이야기를 나눌수록 극 속의 따뜻함이 더 궁금해지는데요.
작품을 대표할 수 있는 노래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한 소절 청해 볼 수 있을까요?
김아영 배우 /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영란 역
"여기도 시
저기도 시
가마이 보니까 시가 참 많다
춘화식당!
영계백숙!
시가 천지 삐까리다
한땀 한땀 수 놓듯
써내려가는
삐뚤빼뚤
몬생긴 글씨지만
끝난 것 같지 않던 젊은 시절
지독한 노동과 현실은
지우개로 지아삐리 괜찮아
그 위에서 함께 춤을 추자
우리는 가시나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
우리는 가시나
가장 시를 쓰기 좋은 나이"
서현아 앵커
다 정말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너무나 울림이 깊고 이 스튜디오가 온기로 가득 차는 느낌입니다.
정말 잘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저희 시청자들께 이 작품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시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김아영 배우 /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영란 역
저희 극 중에도 '배움에는 때가 없다', '지금이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는 이야기를 우리 문해학교 선생님 역할하시는 분과 할머니 역할하시는 분들이 계속 구호처럼 몇 번을 외쳐요.
실제로 할머님들께서도 이 못 배웠던 그 한을 지금이라도 푸시는 것들이 어떤 저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굉장히 한스럽고 슬픈 일이 아니라 너무너무 저희가 실제로 가서 봤을 때도 행복해하시고 설레하셨거든요.
소녀들처럼.
그래서 오히려 저희 젊은 사람들이 그 할머니들의 설렘을 보면서 아 진짜 내가 매일매일 이미 나는 이제 뭐 열심히 사는 거가 중요하지, 뭔가 새로운 걸 하기엔 늦었다라는 생각들을 많이 요즘은 지치기도 하고 하니까 생각들을 하시는 것 같지만, 우리 7, 80대 할머님들도 인생에 그 설렘을 이렇게 품고 사시듯이 우리 관객분들도 오셔서 무엇을 시작하든 지금은 늦은 나이가 아니고 배움에는 때가 없고 이 항상 모든 삶 속에 설렘을 안고 살아가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저희가 공연을 하고 있으니까요.
꼭 그 설렘을 안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 따뜻한 응원과 울림으로 다가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