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고의·중과실 아니면 면책"…체험학습 불안 해소될까
[EBS 뉴스]
4년 전 속초 현장체험학습 도중 초등학생이 숨진 사고로 인솔 교사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이후, 학교 현장에선 학교 밖 활동 일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무거운 책임이 결국 교사 개인에게 집중된다는 불안감 때문인데요.
대통령까지 나서 대책 마련을 주문한 가운데, 교육부가 오늘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VCR]
속초 체험학습 사고, 담임교사 2심 선고유예 '유죄'
현장체험학습 줄줄이 취소
전국 초등학교 수련회·수학여행
24년 57.2%→25년 48.1% '급감'
교사, 체험학습 어려운 이유 1위
"사고 시 법적 책임 부담"
교육부, 고의·중과실 없으면 면책 추진
보조 인력 확대…행정업무도 경감
멈춰 선 체험학습
현장 불안 해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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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교사들의 불안 속에 멈춰 섰던 현장체험학습, 이번 대책이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요?
교육부 출입하는 진태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그동안 선생님들이 체험 학습을 꺼렸던 가장 큰 이유가 '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법적 책임'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대책의 핵심 내용은 어떤 것들이 담겼습니까?
진태희 기자
네, 그동안 교육계가 가장 주목했던 건 사고가 났을 때 어디까지를 '면책', 즉 책임을 면해줄 것인가였습니다.
교육부는 의원 입법 형태로 다음 달 '학교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관련 지침도 올해 하반기까지 손보겠다고 밝혔는데요.
핵심 변화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현저히 위반하는 등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을 법에 명확히 담겠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교원단체가 강하게 주장해 왔던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적용 제외' 요구까지 이번 개정안에 반영합니다.
지금 법은 안전 조치 의무를 충분히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가벼운 과실이든 무거운 과실이든 구분 없이 곧바로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우려가 컸는데, 이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입니다.
또 하나는 기존의 사후 대응 중심에서, 법의 목적 자체를 사고 '예방'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입니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으로 현장의 불안을 줄이고 위축된 현장체험학습이 정상화되길 기대하고 있는데요.
교육부 장관의 발언 직접 듣고 오시죠.
인터뷰: 최교진 교육부 장관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번에 현장 선생님들이 가장 염려하던 면책 조항을 보다 구체화하고 실질적으로 선생님들이 '이러면 보호가 되겠네'라고 하는 믿음을 주는 조항을 법으로 만들자는 데 합의를 했기 때문에 충분히 내년도에는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지 않을까…."
서현아 앵커
지난해 이미 학교안전법이 개정이 됐었지만 현장에서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반응이 많았었는데요.
이번에 다시 법이 바뀌게 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보호를 받게 되는 건가요?
진태희 기자
단순히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사가 형사책임까지 지는 일은 줄어들 거라고, 교육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법 개정은, 기존의 다른 유사 법률과 비교해도 면책 범위가 가장 포괄적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모호할 수 있는 '고의나 중과실'의 개념 역시, 이미 소방기본법이나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의 판례를 통해 기준이 정리돼 있다는 입장입니다.
즉,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데도 방치하면 '고의',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하게 주의 의무를 위반하면 '중과실'로 본다는 겁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제 백브리핑에서 "만약 속초 사건 당시에도 이번 조항이 있었다면, 법원 판단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교육부는 이런 취지가 실제 수사와 재판 과정에도 반영되도록 경찰청과도 협의 중입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학교안전법상 면책 규정 적용을 검토하도록 '수사 지침'을 마련하기로 한 겁니다.
여기에 사후 법률 지원도 강화합니다.
지금은 소송이 시작되어야 사후 지원이 나왔지만, 앞으로는 사고 직후부터 교육청 전담팀과 전담 변호사가 붙어 소송 대응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교원보호공제사업 등을 통한 소송 비용과 배상 책임 지원도 확대합니다.
교원보호공제사업을 통한 배상책임 지원액도 현재 최대 2억 원에서 2억 5천만 원 수준까지 확대하고, 추가 상향도 시도교육청과 논의 중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확실한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면 책임을 면해주겠다.
현장 반응은 어떤가요?
진태희 기자
교원단체는 이번 대책만으로 현장의 불안이 해소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실제로 교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건 결국 수사기관과 법원인 만큼, 현장에서 체감하는 불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법에 지켜야 한다고 명시된 '안전사고관리 지침' 역시, 원래는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기준이어야 하지만, 실제 재판에선 오히려 '처벌의 체크리스트'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단순히 안전교육을 했는지, 학생을 이탈 없이 인솔했는지를 넘어서,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에서도 "교사가 얼마나 더 세밀하게 주의했어야 했느냐"까지 따지면서 형사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어디까지 책임을 면제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단체별로 조금씩 생각이 달랐습니다.
특히 교총이나 교사노조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처럼, 교사의 명백한 귀책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 자체를 제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주 상태 지도나, 사고 발생 사실을 알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공소 자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교총은 민사 배상 역시, 학교안전공제회가 금액 제한 없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교육부는 '완전 면책'이나 '특례법 제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교사를 가해자로 전제하는 특례법 형식은 명확한 기준을 만들기가 까다로워서, 오히려 교사를 옥죄는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건데요.
여기에 학생 사망 같은 중대한 사고가 났을 때 모든 책임을 면제해 준다면, 학부모와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책임 문제도 물론 논란이었지만 체험학습에 한 번 가려면 학교 현장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많지 않았습니까?
계약부터 사전 답사, 음주 측정, 타이어 공기압 체크까지 선생님들이 하셔야 한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도 나왔을까요?
진태희 기자
네, 그동안은 교사가 체험학습 기획부터 계약, 사전답사, 안전관리, 사후 정산까지 사실상 전 과정을 직접 맡아왔는데요.
앞으로 현장체험학습 업무를 개별 교사가 떠안는 구조에서 벗어나, 교육지원청 중심의 지원 체계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많게는 수백 쪽에 이르는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을 올해 8월까지 대폭 줄일 계획입니다.
또 전국 모든 교육지원청에 전담 인력을 배치해서 기존에 교사들이 하던 계약이나 안전점검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겠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전국에 30명 수준인 전담 공무원을 내년에는 200명까지 늘려서, 지원청마다 최소 1명 이상 두겠다는 구상입니다.
인솔교사를 돕는 보조인력도 확대합니다.
현재 보조인력풀은 전반적으로 늘고는 있지만, 시도별 차이가 크고 봄·가을처럼 체험학습이 몰리는 시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기존에는 학생 50명당 1명 수준이던 보조인력 기준을 앞으로는 학급당 1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구상입니다.
올해 12월까지는 인력 매칭부터 AI 문서 작성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통합 지원 플랫폼'도 구축하고, 민간업체가 숙식과 차량은 물론 안전관리까지 통으로 책임지는 '패키지 상품' 확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아이들이 정말이지 학교 밖 활동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지 않습니까?
내년에는 꼭 정상화가 됐으면 좋겠는데 남아 있는 과제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진태희 기자
네, 교육부는 올해 안에 대책을 안착시키고 내년 3월 신학기부터 체험학습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번 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교사들의 불안 심리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그러려면 법 개정은 물론이고, 교육지원청 중심 지원 체계가 얼마나 빨리 자리 잡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번 대책에는 구체적인 예산 규모나 지역별 인력 확보 방안까지 담기진 않았는데요.
전담, 보조 인력을 추가 충원하는 데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현장체험학습 자체가 시도교육청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결국 교육청 협조와 재정 투입이 실제 관건이 될 거란 분석이 많습니다.
지역별 격차를 줄이는 것도 숙제입니다.
실제 지난해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실시율을 보면 서울 7.7%, 대전은 4% 수준에 그쳤습니다.
교육부도 지역별 인프라 차이는 물론이고, 교육지원청의 행·재정 지원 수준 차이가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나올 법원의 판결 결과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교육계는 특히 올해 예정된 '목포 공립 유치원 체험학습 사고'의 2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1심에서는 숲 체험 중 아이가 이탈해 숨진 사고에 대해 인솔 교사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는데요.
당시 재판부는 "교사들이 다른 아이들을 지도하거나 촬영하는 데 집중하느라 아이가 현장을 벗어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국 앞으로 실제 재판에서 교사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또 이번에 추진하는 면책 취지가 실제 수사와 판결에 얼마나 반영될지가 현장체험학습 정상화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선생님들이 이제는 안심하고 아이들과 밖으로 나갈 수 있겠다라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촘촘한 후속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진태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