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인력보다 책임 구조"…체험학습 논란 본질은
[EBS 뉴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면 안된다"며 현장 체험학습이 위축되는 현실을 지적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안전 인력을 늘려서라도 체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사고가 나면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지금의 구조부터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이재명 대통령, "구더기 생길까 장독 없애면 안 돼"
현장체험학습 확대 지시
인터뷰: 이재명 대통령 (지난 28일)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되죠. 선생님들의 수업이나 관리의 부담이 생기면 인력 추가 채용해서 몇 명 더 관리 요원, 안전 요원 데리고 가면 되잖아요."
교원단체들 즉각 반발…"책임구조부터 바꿔야"
인터뷰: 전승혁 부위원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 문제의 본질은 안전 요원이 몇 명이냐가 아닙니다. 문제의 본질은 누구도 완전히 예측할 수 없는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형사 처벌로 돌아오는 현실 그 자체에 있습니다."
숙박형 체험학습 53.4%서만 실시
교사 89.6%, "사고 발생 시 형사 책임질까 불안"
체험학습 늘리고, 교사 부담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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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체험학습 논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양혜정 사무총장과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총장님, 어서 오세요.
최근 국무회의 발언이 참 논란이었죠.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 장독 없애면 안 된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양혜정 사무총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통령께서 교육 현안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이 발언을 접하고 큰 분노와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우리 교사들은 그동안 장독을 지키기 위해 많은 헌신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근본적인 구조적 결함은 언급되지 않은 채, 단순히 교사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대상으로 지목이 된 것 같아 큰 실망과 함께 답답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정부가 교육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교사들이 체험학습을 주저하는 이유는 단순히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체험학습 사고가 발생하면 극한 경우 교사 직을 잃고, 전과자가 될 수도 있는 가혹한 현실 앞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교사들이 겪는 고통의 본질을 제대로 알아주셔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본질을 파악하려면 문제를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죠.
저희가 짚어볼 텐데요.
총장님께서도 중등교사이십니다.
선생님들이 체험학습에 가게 되면 어떤 일들을 하게 되시는 겁니까?
양혜정 사무총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체험학습 한 번을 추진하려면 최소 두 달 전부터 방대한 행정 업무에 파묻혀 지내야 합니다.
매뉴얼을 보면 차량 타이어 마모 상태 확인부터 운전자 음주 측정까지 교사가 직접 측정기를 들고 수행해야 합니다.
숙박형의 경우 확인해야 할 세부 항목만 40개가 넘을 정도로 그 부담이 상당합니다.
올해 경기도교육청 현장체험학습 안전 매뉴얼을 예로 들면 계획부터 정산까지 대부분 교사가 담당합니다.
숙박형일 경우 14단계, 46개 추진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수업은 수업대로 하며 체험학습 사전 준비, 안전 점검, 다녀와서는 학부모 민원 등도 감당하고 있습니다.
체험학습은 의무 교육과정이 아님에도 학생들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교사들이 지금까지 감당해 왔던 영역인데 지금은 그 책임의 임계점에 다다른 상태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 모든 일을 현업을 하시면서 동시에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인 거죠.
지금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을 자세히 들어보면 인력을 보완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느냐라고 제안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관리·안전 요원을 몇 명 더 데리고 가면 되지 않느냐."
이건 어떻게 보셨습니까?
양혜정 사무총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 문제는 단순히 인력을 몇 명 더 배치한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닙니다.
이미 15년 전부터 안전요원 배치는 매뉴얼상 의무였으나, 현실적으로 전문 인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교사들이 사비로 구인 공고를 올리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설령 외부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그들의 성범죄 조회와 식사 챙기기 등 모든 행정 처리가 다시 교사의 몫이 됩니다.
챙겨야 할 사람이 늘어 교사의 업무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요원이 있어도 사고의 최종 형사 책임은 여전히 담임 교사가 짊어져야 한다는 점이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안전 요원 숫자가 아니라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법적 책임 소재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지적을 해 주셨는데요.
사실 지난해 학교안전법이 개정이 돼서 교사가 만일에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면책한다 이런 조항이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은 걸까요?
양혜정 사무총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현재의 학교안전법 개정안은 현장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는 '종이 갑옷'과 같습니다.
법문에는 주의 의무를 다하면 면책된다고 적혀 있지만, 그 기준이 지극히 모호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교사는 일단 피의자 신분으로 고통스러운 수사를 받아야 합니다.
실제로 최근 판결들을 보면 교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사고였음에도 법원은 과실을 인정해 금고형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속초와 올해 전남 현장학습 사고 재판에서 인솔교사에게 금고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금고형이 확정되면 교사직을 잃게 됩니다.
법이 있어도 실제 재판정에서는 교사의 판단을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판례들이 쌓이는데 그저 모호한 법 조항을 믿고 인생을 거는 도박을 할 교사는 없습니다.
더 확실하고 구체적인 법적 보호 장치가 필요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사실 이 문제가 가장 안타까운 점이 이게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니고 지난해 이맘때쯤에도 계속 있었던 얘기거든요.
그런데 문제의 본질이 하나도 나아진 게 없고 국무회의에서까지 화두가 됐다는 건데, 그렇다면 앞으로 체험학습 관련해서 어떤 지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양혜정 사무총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육활동 관련 사고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죄를 적용하지 말자는 것이 저희가 요구하는 핵심사항입니다.
현재 민사적 배상과 보상은 국가배상법과 학교안전법에 따라 국가와 학교안전공제회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실만으로 교사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 불합리함이 교육 현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교사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교육 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적 책임을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합니다.
사고가 났을 때 국가가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어야 교사가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교사 개인이 변호사를 선임하고 합의금을 마련하며 홀로 법적 싸움을 이어가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소송 전반에 걸친 사무를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반드시 정착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교사들이 두려움 없이 학생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특혜가 아니라 정상적인 공교육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또 하나 주문했던 게 바로 교권 보호입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양혜정 사무총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진정한 교권 보호는 교사가 교육적 판단을 내렸을 때 국가가 그 결정을 존중하고 책임져 주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특히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생활지도 권한을 부여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교사들이 체험학습이나 일상적인 지도 과정에서 악성 민원이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단단한 법적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교사들이 안심하고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교사의 권리도 보장되고 학생들도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어떤 대책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십니까?
양혜정 사무총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교를 멍들게 만드는 악성민원과 교육황폐화의 근본적 원인은 학교를 교육이 아니라 선발의 장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과도한 입시경쟁교육에 원인이 있습니다.
올해 국가교육위원회가 10년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내놓을 때 경쟁교육이 완화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비젼이 나와야 합니다.
또한 학부모와 시민들이 교사를 불신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자로 믿어주는 사회적 신뢰 회복이 절실합니다.
교사의 교육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체험학습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아이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기도 하고 또 의무는 아니지만 또 중요한 교육의 장이기도 합니다.
보다 철저하고 또 실효적인 대책으로 선생님들이 안심하고 아이들 데려갈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