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교실 밖 생존교양] 아이를 살리는 마지막 기록 '심리부검'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정부가 중단됐던 '청소년 심리부검'을 올해부터 본격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죽음의 경로를 추적해 실질적인 예방책을 만들겠다는 취지인데요.
이 제도가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실질적인 안전망이 될 수 있을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청소년 심리부검을 진행해 온 홍현주 교수와 짚어봅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올해부터 그동안 중단됐던 청소년 심리부검이 다시 재개된다고 합니다.
먼저 심리부검은 어떤 의미가 있는 제도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홍현주 교수 /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검이라고 하면 신체 해부를 통해 사망원인을 찾는 것이지요.
심리부검은, 자살로 사망한 경우, 고인을 잘 아는 주변인들의 면담을 통해서 사망원인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핀란드의 경우, 심리부검을 통한 자살예방정책으로 자살률을 현저히 낮추었습니다.
저희 연구팀이 지난 2015-2021동안 청소년 심리 부검을 진행하였었는데요.
저희의 경우 정신과 전문의 같은 훈련 받은 면담자가 표준화된 면담도구를 통해 부모님의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때로는 어머니, 때로는 아버지, 때로는 두분 다 하기도 했고요.
2-3시간 동안 아이의 출생에서부터 사망전까지의 생애사를 돌아보며 특히 사망을 중심으로 다양한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을 탐색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게 꼭 필요한 연구이기는 한데 이 과정 하나하나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요.
그동안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셨습니까?
홍현주 교수 /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선 심리부검에 참여할 대상자를 찾기가 참 힘듭니다.
성인 심리 부검의 경우, 1년에 약 120건 정도를 시행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 1년에 약 1만5천명이 자살로 사망하는데 이중 청소년은 약 200명 정도로 2%가 채 되지 않습니다.
자녀가 자살로 사망하는 것은 부모에게는 정말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면담을 통해 이에 대한 기억들을 다시 끄집어 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현재 법적으로 국가가 자살자의 심리부검을 하는 것이 명시되어 있지만 강제적으로 할 수 없으며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에 대해 기꺼이 동의해 주시는 부모님이 많지 않습니다.
또한 면담자의 입장에서도 자녀를 잃은 부모의 마음을 만나는 것은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고 어려운 일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래도 어렵게 진행해 오신 만큼 의미 있는 결과가 분명히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떤 특징들이 확인됐습니까?
홍현주 교수 /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비록 36케이스밖에 시행하지 못했지만, 예상과는 다른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이전에 자살시도나 자해를 한 경우가 20% 미만이었고 다른 나라와는 달리 충동적이거나,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이 적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은 내성적이고 절반 이상의 청소년들이 겉으로는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는 것이지요.
즉, 이렇게 겉으로 위험신호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아이들은 분명히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신호가 있을 것인데 앞으로 시행되는 심리 부검에서는 그런 부분을 좀 더 포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별다른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라는 것이 어쩌면 또 의미 있는 결과였을 수 있겠고요.
앞으로 이루어질 심리부검, 또 징후를 포착하는 면에서 더 중요해 보이는데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심리부검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홍현주 교수 /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저희 연구팀이 이번에 새로 시작되는 심리부검의 면담 도구나 매뉴얼 개발과 연구를 하게 되는데요.
가장 큰 특성은 부모뿐 아니라, 형제 자매, 친구, 학교나 정신건강관련 기관 관계자도 면담에 포함됩니다.
즉, 고인이 자살에 이르는 경로를 좀 더 잘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면담원을 확보한 것입니다.
네덜란드 연구에서는 친구 보고가 자살관련 의사소통의 측면에서 가장 유용했다고 합니다.
저희들은 이를 통해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위험신호를 포착해 내고, 이를 자살 예방 정책에 잘 반영시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좀 아쉬운 점은 자살청소년의 디지털 포렌식이 법적으로 가능해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올해 개발하는 면담 도구는 부모나 친구가 동의하는 선에서 SNS, 생성형 AI 등의 온라인 흔적을 찾으려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충분하지 못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청소년 자살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고 또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지표가 나빠지고 있고, 이게 진짜 국가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봐야 하는 시점인데요.
그렇다면 보건복지부뿐만이 아니고 여러 부처 간의 협력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요?
홍현주 교수 /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위기이며,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한 부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3월 20일 보건복지부, 교육부, 성평등가족부, 경찰청이 청소년 심리부검 사업 업무협약을 하였는데 매우 고무적인 것 같습니다.
이를 계기로 실제적인 협력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수행은 보건복지부가 하지만 교육부, 경찰청, 성평등가족부는 사례발굴과 관련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심리부검 결과는 각 부처의 정책으로 환류가 되어 시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사망청소년의 건강보험데이터나 다른 공공 데이터들도 심리부검 데이터와 같이 분석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부처들은 정보를 적절히 제공해야 되고 또 이게 각 부처의 정책으로 환류가 되어야 된다.
또 다른 청소년들을 살릴 수 있는 생존 교육의 어떤 토대도 마련이 돼야 할 텐데요.
그렇다면 실제로 심리부검에 참여하는 가족 같은 면담자들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까?
홍현주 교수 /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선 심리부검에 이제 참여해 주셨던 유족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많은 부모님들은 이게 이제 자신의 아이가 겪은 일이 반복해서 이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어려운 면담에 참여해 주셨거든요.
그래서 이 귀한 면담 하나하나가 효과적인 자살 예방 정책의 사실 토대가 됩니다.
물론 떠난 아이를 떠올리는 과정이 감정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를 태어났을 때부터 온전하게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는 또 심리부검이 아니면 흔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 과정을 통해서 아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도 있었고 이제 이걸 통해서 부모님 마음도 조금 더 정리가 되었다고 하시는 경우도 좀 있었습니다.
현재 이제 그 청소년 심리 부검이 시행되고 있는 나라는 네덜란드 밖에 없거든요.
그 경우를 봤더니 유가족들에게 홍보를 하니까 한 3분의 1 정도가 그래도 이제 동의를 해 주셨다고 얘기를 합니다.
어쩌면 이게 심리부검 면담 자체가 유가족들의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그 남은 청소년들에게 살릴 수 있는 도구가 된다는 가치가 더 크다고 할 수가 있고요.
현재 정부에서 유가족 지원을 많이 강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바라건데는 좀 이제 심리부검과 별개로 이 청소년 유가족을 위한 심리 지원 체계가 좀 같이 통합적으로 기획되고 운영되고 이러기를 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제 그런 통합적인 것까지는 아니고 다만 이제 유가족 참여하는 유가족들에게 심리 평가를 제공하고 관련돼 있는 간이 검사를 제공하고 결과를 제공하고 관련돼 있는 지지 체계로 안내해 주는 그렇게 예정이 돼 있는데 아마 좀 그게 본격화되면 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유가족을 위한 지원 부분도 굉장히 중요한 과제인데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자녀를 잃은 가족들에게 또 해 주시고 싶으신 말씀도 있으실까요?
홍현주 교수 /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그 정말 저희는 정신과 의사이고 심리부검도 뭐 좀 하긴 했고 뭐 수없이 많은 부모님을 뵙고 있긴 하지만 감히 자녀를 잃은 부모의 감정을 헤아릴 수 있다고 말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그 상황을 계속 되짚어 보면서요, 그 스스로를 비난하고 뭐 죄책감을 많이 가지게 되고요.
거의 일상생활이 거의 무너져 버리거든요.
또한 이제 주변에서도 이제 흔히 하는 얘기가 뭐 '도대체 어떤 가정에서…" 이제 그게 처음 경찰 조사부터 많이 시작이 됩니다.
그러면서 이제 그런 부정적인 시선을 좀 마주치면서 더욱더 자신을 비난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뭐 자살의 원인이라고 하면 결코 어떤 하나가 아니고 분명한 것은 그 부모의 탓은 아닙니다.
제가 현장에서 경험했던 그 많은 청소년 자살은 뭐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일어났구요.
사실 우리 누구에게나 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좀 말을 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남긴 유서를 보면 부모님에게 대한 뭐 미안함과 사랑이 담겨 있는 게 가장 많은 사연이거든요.
어쩌면 이제 이 아이들이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던 뭐 그런 것도 이제 부모님 덕분이었다고 좀 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뭐 감히 부모님 상처가 없어진다고 이렇게 말은 정말 완전히 없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충분히 슬퍼하고 좀 애도하고 뭐 그런 이제 시간이 좀 지나면 그 아픔이 또 다른 변화와 성숙으로 이어질 거라고 저는 기대를 하고요.
이 여정에 이제 저희 우리 사회가 같이 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전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거겠죠.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또 청소년 심리부검이 비상 상황인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지키는 데 또 소중한 초석이 되기를 바랍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