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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뉴스브리지> 헌법은 왜 필요한가…비상계엄 판결로 배우는 법치

[교육,뉴스브릿지,중등,대학,초등,고교]
김윤희 작가
작성일
26.02.23

[EBS 뉴스]

서현아 앵커

12·3 비상계엄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번 판결은 헌법 질서와 권력 행사의 한계를 둘러싼 중요한 사법적 판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정치적 해석을 떠나, 이 판결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또 교육적 관점에서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짚어봅니다. 


박은선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지난해 내내 우리 사회에서 관심이 큰 사안이었죠. 


법원이 내린 판단의 핵심을 먼저 짚어주시죠.


박은선 변호사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통령도 헌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의 우두머리로서 내란을 주도했다고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들을 간략히 정리하면,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려 했고,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려 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이 모든 행위가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는 것"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로 공범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징역 30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는 징역 18년 등 주요 가담자들에게도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서현아 앵커

재판부가 이번 사안을 단순한 권한 행사가 아닌 '내란'으로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지, 교육적인 차원에서 핵심 요건을 짚어주신다면요?


박은선 변호사

실제로 변호단도 바로 그와 같은 주장, 즉 비상계엄 자체는 헌법 제77조가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재판부도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곧바로 내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전제 하에서도 혐의는 모두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실력행사를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또 그러한 실력행사에 나아간 경우"이니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비유도 덧붙였는데요, 재판부가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라고 했습니다. 


국가 위기 타개 등의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운대도 헌법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서현아 앵커

그럼 법리상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요건이 필요한 것입니까?


박은선 변호사

형법 제87조에 따르면 내란죄 성립엔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국헌문란의 목적. 


즉 국회나 선거관리위원회 같은 헌법기관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막고, 별도의 입법기구를 만들려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둘째, 폭동입니다. 


군과 경찰을 동원한 국회 봉쇄 시도, 정치인 체포조 편성, 선관위 점거 시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셋째로 고의인데요, 여기서 재판부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듯한 판단을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미필적 고의는 사회 교과서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이죠.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쉽게 말해 "확실히 알고서 일부러 한 건 아니더라도, 이렇게 하면 이런 결과가 생길 수 있겠다는 걸 인식하면서 행동했다"는 뜻입니다. 


윤 전 대통령이 "내가 내란을 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않았더라도, 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면 헌법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알면서도 관련한 행동을 했으니 재판부는 이 정도면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거죠.  


서현아 앵커

30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과 이번 재판을 비교하며 역사를 되짚어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민주주의를 지키는 법의 잣대는 어떻게 진화했습니까?


박은선 변호사

30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도 1심 판결에서 "군 병력을 동원해 헌법질서를 문란케 했음을 인정받았지만 내란수괴죄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비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는 상대적으로 매우 경미하니 윤 전 대통령에게는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것이 마땅하거나 오히려 과중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진관 재판부의 판단처럼, 시민들이 지켜낸 평화인 것이고 피고인이 자제한 것이 전혀 아닌 것이고, 자칫 30년 전과 같은 유혈사태가 발생했을 수 있었던 만큼, 결과로 원인을 설명해 감형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30년 전과 비교해 민주주의가 훨씬 발전한 현 상황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행위는 더욱 엄중하게 처벌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적으로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고 헌법을 유린한 행위에 대해선, 민주주의 후퇴를 방지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반드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이 재판은 생중계되며 많은 청소년들도 지켜봤는데요.


교육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저는 이번 사건 전체가 살아 있는 민주시민교육의 현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재판으로 우리 아이들은 크게 세 가지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첫째, 법치주의의 확인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법 앞에 성역은 없다." 


우리 아이들은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교과서가 아닌 현실에서 배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민주주의는 우리가 직접 지키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12월 3일 밤,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로 달려가 맨몸으로 계엄군에 맞서는 장면을 본 아이들은 "민주주의"가 그저 교과서에 등장하는 당연한 단어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 손으로 지켜내야 하는 소중한 가치라는 걸 가슴으로 느꼈을 겁니다.


셋째, 시민의 힘이 결국 역사를 바꾼다는 사실입니다. 


국회의원 190명이 6시간 만에 계엄해제를 의결할 수 있었던 건 국회를 지킨 시민들 덕분이었고, 이번 유죄 판결 역시 시민적 관심과 참여 속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아동, 청소년들은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효능감, 자신감을 한층 높이게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마지막으로 이 사안을 두고 학생들과 대화할 때, 어떤 점에 주목하면 좋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저는 교육이란 희망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판결은 민주주의가 위협받았지만 결국 지켜졌다는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시민들이 평화로운 법치의 방법으로 위헌적 권력을 막아냈고, 법원이 단죄했습니다. 


이것이 세계정치학회가 한국 시민 전체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이유일 겁니다. 


아직 자녀들, 제자들과 이번 판결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이 순간을 놓치지 마시고 아이들과 함께 민주주의의 의미를 새겨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최고 권력이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의 통제를 받는다는 점, 이번 판결은 그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였습니다. 


이 과정을 차분히 돌아보는 것 자체가 중요한 민주시민교육의 한 장면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변호사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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