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요즘 아이들 두려움, 이상의 시 '오감도' 닮았죠"
[EBS 뉴스12]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알 수 없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시인 이상의 '오감도', 기억하실 겁니다.
이 난해한 시를 바탕으로, 요즘 아이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현실을 담아낸 연극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황대훈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어느 날 갑자기 경쟁의 세상에 던져진 아이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무작정 달려야 하는 사회는 아이들에게 그저 두렵기만 합니다.
"자사고! 수행평가! 7세고시! 서울대는!
국제중학교! 단원평가! 외국어고등학교! 선행학습!"
끝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
"왜 나는 아이패드 11 프로가 없을까
왜 겨울 방학에 코타키나발루에 가지 못한 걸까
왜 나는 엔비디아 주식이 없을까"
부모의 과한 기대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너는 나보다 훨씬 자랑스런 아이야"
"너는 나보다 훨씬 넓고 좋은 아파트에서 살 아이야"
"아아아아아!"
어린이들이 세상에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들은 두려움을 감추고 살아가는 어른들의 가슴으로 날아듭니다.
"강민아 열지마!"
"무섭게 하지마. 니가 무서우면 나도 무섭단 말이야."
이상의 난해시 '오감도'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 연극은 재작년 초연 이후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올해는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습니다.
100년 전 시 속의 '아해'들과 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요즘 아이들이 다르지 않다는 발상이 시작이었습니다.
인터뷰: 강훈구 연출 /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지금의 어린이들이 무서워하는 걸 좀 따져보면 우리 사회가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를 좀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공연을 이끌어 가는 건 아홉 명의 어린이 배우들입니다.
어른이 보고 싶은 모습이 아닌, 고함을 지르고 투덜대는 '진짜 어린이'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인터뷰: 강훈구 연출 /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이 친구들이 쓰던 말들을 그냥 대본으로 가져와서 심지어 의상까지도 각자 자기가 제일 소중하게 아끼는 옷,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옷 이런 걸 가져오게 해서 그 친구들의 날것의 모습들을 좀 무대 위에서 올려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대본도 어린이와 함께 썼습니다.
제작 단계부터 어린이들과 함께 만든 공동창작 연극입니다.
인터뷰: 박지안 배우 /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전쟁 생각 때문에 너무 너무 너무 무서워서 저희 나라도 휴전 중인 거잖아요. 밤에 엄청 무서워가지고 잠 잘 못 잔 적도 있었어요."
인터뷰: 김찬유 배우 /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학교가 그 선생님이 되게 무서웠었고 친구들이 계속 놀리고 막 그러니까 또 학교 가기 싫고 막 그랬어요. 그래 가지고 제 이야기를 거기에 넣어 가지고 좀 좋기도 했고."
두려운 것 투성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어린이들, 연극이 전하는 위로는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라는 이상의 시구, 그대로입니다.
"달려가지 않아도 괜찮아
달려가지 않아도 괜찮아
달려가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달려가도 괜찮아"
어린이에게 교훈으로 가득찬 디즈니 세계를 만들어주는 걸 반대한다는 강훈구 연출에게 어린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물었습니다.
인터뷰: 강훈구 연출 /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어린이들도 각자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각자 자기만의 어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있는 것 같은데요. (어른들이)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같이 고민을 나누는 게 그런 태도로 접근을 하는 게 되게 중요하지 않나."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