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부모 소득 따라 '비만 격차'…'설탕 부담금'은 해법일까
[EBS 뉴스]
최근 설탕과 같은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해 이른바 '설탕 부담금'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에선 부모의 소득이나 교육 수준에 따라 소아·청소년 비만율에 격차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자칫 설탕 부담금이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요.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이재명 대통령
"설탕 부담금으로 공공 의료 강화" 제안
(지난달 28일)
"지나친 세금" vs "실질적 보건 효과"
찬반 팽팽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 29%까지 급증
"사회적 격차 뚜렷"
설탕 부담금, 해법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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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설탕 부담금 도입 논란, 단순히 살을 빼는 문제를 넘어 미래 세대의 건강 불평등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짚어보겠습니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와 함께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이들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특히 소아 청소년 비만율이 성인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데, 현재 어느 정도 상황인가요?
김현창 교수 /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1990년 이후 성인 비만은 약 2배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소아청소년 비만은 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경부터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초등학생과 중학생에서 급격한 증가가 관찰되었습니다.
증가 속도도 매우 빠릅니다.
남자 청소년의 경우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중 비만 증가 속도가 상위 10%에 해당할 정도입니다.
대한비만학회는 코로나19 직후인 2021년 6~18세 소아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이 29%까지 급증했고, 이후 다소 감소했지만 2023년에도 여전히 2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더 우려되는 점은 사회경제적 격차입니다.
부모의 소득수준이나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비만율이 높고, 그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비만은 사회 전체의 질병 부담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서현아 앵커
결국 먹는 게 문제일 텐데, 요즘 아이들은 당분이 많은 음료나 초가공식품에 너무 쉽게 노출돼 있습니다.
이런 식습관이 실제 비만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김현창 교수 /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교실
비만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초가공식품과 당류 섭취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설탕과 같은 단순당이 첨가된 음료는 그 자체로도 비만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액상 형태의 열량은 고형 음식에 비해 포만감을 충분히 주지 못해 추가적인 열량 섭취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미국 연구에서는 1970년대 이후 탄산음료 섭취가 200% 이상 증가했고, 탄산음료 섭취가 전체 체중 증가의 최소 20%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연령층의 당류 섭취가 가장 많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12~34세, 즉 청소년과 청년층에서 당류 섭취량이 가장 높습니다.
이 연령층에서는 전체 당 섭취의 약 40%가 가공식품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또한 탄산음료 한 종류만으로도 전체 당 섭취의 약 17%를 차지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청소년의 가공식품과 가당음료 섭취 증가는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특히 소아 비만이 성인 성인병으로 직결될 뿐 아니라 학업 성취도나 사회적 불평등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김현창 교수 /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소아청소년기에 비만이었던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일 가능성이 일반 아동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여러 역학연구에서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비만은 단순히 체형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성장기부터 비만이 지속되면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같은 대사질환이 더 이른 나이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신건강 문제의 위험도 증가하며, 이는 생애 전체의 건강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장기적으로는 심혈관질환이나 일부 암의 위험도 높아집니다.
더 큰 문제는 빈곤과 불건강의 악순환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건강 문제를 만들고, 건강 문제는 학업 성취와 사회활동을 제한하며, 이는 다시 경제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성장기부터 시작되면 불평등이 고착되고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소아 비만은 '지금의 문제'를 넘어 생애 전반과 사회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보아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운동도 중요하지만 생활 습관 전체를 바꿔야 한다는 말씀이신데요.
가정에서 아이들이 '덜 달고 덜 짠' 음식을 선택하게 하려면 어떤 노력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김현창 교수 /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소아청소년기에 형성된 식습관은 평생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건강한 식습관을 어릴 때부터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잡하고 완벽한 식단을 요구하기보다는, 덜 달고 덜 짜고 덜 가공된 음식을 골고루 선택하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가당음료와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들의 체중 증가를 단순히 "더 먹고 덜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환경 개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소아청소년 비만은 보건 문제를 넘어 교육, 경제, 식품, 도시환경 등 사회 전반과 연결된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사실 성장기에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의지도 약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설탕 부담금' 도입이 실제 공중보건 관점에서 비만율을 떨어뜨리는 데 유효한 카드가 될 수 있을까요?
김현창 교수 /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설탕 부담금은 유일한 해결책도, 최선의 해결책도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여러 나라의 선례가 있고, 그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충분하기 때문에 시행을 검토해볼 수 있는 정책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여러 연구를 종합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당음료 가격을 10% 인상하면 실제 구매량이 1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만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가당음료는 주요 기여 요인 중 하나입니다.
여러 나라에서 설탕부담금 도입 이후 가당음료 섭취 감소와 당 함량 감소 효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 정책 하나만으로 당장 비만율이 크게 낮아지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인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종합적인 비만 예방 전략의 하나로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정책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아무래도 저소득층의 당류 섭취가 많다보니, 부담금이 도입되면, 저소득층의 부담만 커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습니다.
어떤 설계가 필요할까요?
김현창 교수 /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저소득층에서 가공식품과 가당음료 섭취가 많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타당합니다.
그래서 많은 국가에서는 모든 당류에 일괄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고, 가당음료처럼 특정 제품군에 한정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부담금을 부과하는 목적은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늘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식품회사가 당 함량이 낮은 제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하고, 소비자가 첨가당이 많은 식음료를 덜 선택하도록 하는 경제적 유인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저소득층은 가격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소비 감소 효과도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건강 개선 효과와 그에 따른 의료비 절감 효과도 더 클 수 있습니다.
또한 설탕부담금으로 발생한 재원을 저소득층 소아·청소년의 건강한 식품 접근성 향상과 운동 환경 개선에 집중적으로 사용한다면, 건강 불평등의 악순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담금 자체가 아니라, 세밀한 설계와 재투자 방식입니다.
서현아 앵커
결국, 설탕 부담금 논의의 핵심은 그 재원을 통해 미래세대의 건강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있는 것 같네요.
세밀한 정책적 고민이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