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최인훈의 '광장',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묻다
[EBS 뉴스12]
지난해 '애니메이션계의 칸 영화제'로 불리는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우리 작품이 심사위원상을 받았습니다.
김보솔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인 영화 '광장'인데요.
분단의 현실을 젊은 세대의 감각으로 새롭게 풀어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황대훈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축제, 안시에서 수상 소식이 들려온 순간을 김보솔 감독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앞서 다른 작품으로 참석했다가 아쉽게 행사장을 나서야했던 김 감독은 애니메이션 '광장' 으로 심사위원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인터뷰: 김보솔 감독 / 영화 '광장'
"콘티를 그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었죠. 안시가 됐다고. 밖에 직원들 되게 많은데 (아내와) 끌어안고 춤을 췄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평양의 고독한 일상,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혼자 달리는 자전거의 이미지가 영화 '광장'의 시작이 됐습니다.
영화는 평양을 방문한 외교관 '보리'와 사랑에 빠진 교통보안원 '복주', 그리고 이들을 감시하는 보위부 직원 '명준'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외교관의 시선으로 본 북한, 사랑하지만 헤어져야만 하는 두 사람의 서사는 통일이 낯선 젊은 세대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인터뷰: 김보솔 감독 / 영화 '광장'
"(북한 사람들이) 그냥 외국인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통일이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데 결국엔 남한 쪽에서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통일이 가까워질까."
높아만지는 분단의 벽 앞에서, 영화가 주목하는 건 개인의 내면입니다.
특히 최인훈의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이름인 명준에 대한 세밀한 심리 묘사로 관객들의 시선이 북한 체제를 넘어, 외로운 개인의 초상과 마주하도록 돕습니다.
인터뷰: 김보솔 감독 / 영화 '광장'
"어쩌면 명준은 북한에서 외롭다라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갔던 인물이라 그게 관객들에게 설명이 돼야 됐거든요. 그 개인의 감정과 고민에 대한 간접 경험을 통해서 북한이라는 세계의 이해를 좀 확장시킬 수 있는 (영화다)."
영화의 제작비는 1억원 남짓, 현실의 제약 없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이 애니메이션을 표현의 도구로 선택한 이유입니다.
인터뷰: 김보솔 감독 / 영화 '광장'
"이 씬은 도대체 얼마로 찍을 수 있는 거지? 배우는 몇 명을 캐스팅해야 되고 스텝은 몇 명을 모집해야 되고 이런 것들이 글을 쓸 때 너무 많은 제약을 걸다 보니까 좀 자유롭게 쓰고 싶다는 생각에 (애니메이션을 선택했다)."
김 감독은 우리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은 이미 충분하다며, 필요한 건 자본보다 '좋은 이야기'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김보솔 감독 / 영화 '광장'
"좋은 시나리오, 그리고 좋은 연출자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
졸업작품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김 감독, 다음 작품에서는 한국 사회에 발생한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보솔 감독 / 영화 '광장'
"슬픔을 빨리 멈추라고 하는 그 폭력적인 시선이 오히려 사회의 병을 초래한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죽은 사람의 가치는 산 사람들에 의해 일부 쓰여진다는 의미를 갖는 영화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