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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늘어나는 '수포자'…교실에서 본 위기와 해법

[교육,중등,초등,고교]
이상미 기자
작성일
26.01.27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이렇게 늘어나는 '수학 포기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서울 보성여고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혜진 선생님과 짚어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수학을 포기하고 싶다는 학생 비율이 코로나 때보다도 더 늘었는데요.


실제 교실에서는 어떻게 체감하고 계십니까?


김혜진 교사 / 서울 보성여자고등학교

아마 지역에 따라서, 학교급에 따라서, 그리고 학년에 따라서 조금씩 다를 텐데요, 마치 사회가 점점 양극화되듯이 학생들도 수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과 포기하려는 학생들이 더 큰 간극으로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요.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저희 학교는 수준별 수업을 하는데요, 저는 상/중/하 반 중에서 하반을 맡았었습니다. 


아무래도 수학 공부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요. 심한 경우는, 고1인데도 중1 과정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늘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깨워도 계속해서 잠을 자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이 학생들의 경우는 수학 공부에 대한 지원보다 심리 정서 지원이 더 절실해보였고요. 


그치만 하반 학생들 중에서는 상반이나 중반으로 올라가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기는 했습니다. 


성적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수학을 포기한 건 아니라는 거죠. 참고로 중학교 선생님들은 한 반에 1/3~1/4 정도가 수포자라고 이야기하십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니까 똑같이 지금 당장은 성적이 안 나오는 상태라고 해도 문제의 양상은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건데 학생들에게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 원인을 물어봤더니 문제가 너무 어렵다, 이렇게 답한 학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김혜진 교사 / 서울 보성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시험 성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문제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게다가 시간마저 제한된다면, 심지어 숨 막히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엄격한 감독하에 진행되는 시험이라면, 그리고 단 한 번의 시험이 상급학교 진학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면 당연히 긴장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평소 실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시험 상황에서는 시험 자체를 배움의 기회로 삼아서 찬찬히 생각해보고 나름대로 이러저러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 한 과목 시험 시간이 대체로 50분인데요, 문항 수는 20문항이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이건 달리기 경주처럼 처음부터 냅다 뛰어야 되는건데 어려운 문제가 나왔다 그러면 포기하든지, 풀더라도 틀리든지 할텐데 그러면 당연히 고득점은 불가능하고 그러면 나름대로 공부를 해왔어도 거기에 대한 보람을 못느끼게 될 것이고, 그러면 수학 공부를 점점 안하게 되겠죠. 


이런 식으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수학은 이 과목 특성상, 초등학교 때 결손이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작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이 되면서 이른바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 하고 있는데, 똑같이 결손이 있는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수준이 제각각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고등학교에서 기초학력에 대한 보완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김혜진 교사 / 서울 보성여자고등학교

여느 프로그램이나 행사처럼 일부 교사들과 일부 학생들만 참여합니다. 


기초학력 보충지도는 대개 방과후에 이루어지는데요, 방과 후에 시간을 내기가 교사도, 학생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일텐데요, 이를테면 교사들에게는 기초학력 보충 지도보다 더 중요하고 긴급한 업무들이 실제로 있거나 아니면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설령 보충지도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학생의 학력이 증진될 정도로 그 학생에게 오랜 기간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저는 작년에 기초학력 보장지도와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대상 학생들을 다 합해서 총 3명을 맡았었는데요, 학생 한 명당 일주일에 1번씩 밖에 수업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담임으로서 상담도 해야 했고, 수업 과제물을 채점하고 피드백하면서 다음 수업을 준비해야 했기에 바빴고요, 막상 학생들도 이 학원, 저 학원 다니느라 바쁘거든요.


그래서 확실히 지원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 규모에 비해서 참여하는 교사들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보장지도 대상으로 판명되어야 할 학생들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텐데 표면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학생들이 지도를 받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기는 하지만 수행평가 기본점수 등으로 학생들 점수를 상향 평준화시켜서 보장지도 대상이 아니게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요, 보장지도는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 하에 이루어질 수 있는데 이걸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분명한 것은 보장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이 실제보다는 표면적으로 덜 나오는 구조인데 문제는 그 규모조차도 지금의 인력과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러니까 기초학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어떤 대의는 있는데 지금의 인력과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이 수포자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 어떤 지원이 필요하겠습니까?


김혜진 교사 / 서울 보성여자고등학교

저는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어려운 과정 자체를 자연스러운 배움의 과정으로 인정하고, 그 과정을 학생들의 배움의 여정으로 기록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학생들의 성취물로 인정해주면 어떨까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개념을 처음 배울 때에는 당연히 실수할 수 있고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텐데, 이것을 곧장 성적으로 반영하는 게 아니라 교사가 그 학생의 사고 과정을 살펴보면서 피드백을 제공하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혹시 성취가 더 나아졌다면 그걸 최종 성적으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학습 상담을 비롯한 학생 케어가 보다 면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인데요. 


그저 "이 대학을 가려면 이렇게 해야 된다"는 식의 사교육 컨설팅 같은 진학 상담이 아니라,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그 학생과 동고동락한 과정에서 얻어지는 정성적 데이터를 가지고서 그 학생에게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를 면밀히 상담하고 지원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결국은 교사 업무의 재구조화와 교사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늘면 교실 안에서의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학교 교육의 전반적인 변화와 조금 더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해 보입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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