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10대 정신질환 4년 새 76% 급증…"학교 책임 강화"
[EBS 뉴스]
우리나라는 20년 넘게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의 우울과 불안 증세가 심각해지면서 자살 문제까지 위험 수위에 도달했는데요.
정부가 학생 마음건강 문제를 학교가 책임지겠다며 종합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지난해 18세 이하 정신질환 환자 35만 명
4년 만에 76% 급증
학생 자살도 3년 연속 증가
'역대 최다' 기록
10대 청소년 마음건강 위험 수위
교육부 "학교 책임 강화"
2030년까지 전문상담인력 100% 배치
고위기 학생 집중 지원
전국 실태조사 확대
심리부검·상담 인프라도 강화
마음건강 대책, 실효성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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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청소년 마음건강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정부가 뒤늦게나마 대책을 내놓은 건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이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려면 과제도 적지 않은데요.
정유선 전국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초등정책국장과 자세히 짚어봅니다.
국장님, 어서오세요.
네, 교육부가 학생 마음건강 개선을 위해서 상당히 큰 규모의 종합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일 텐데요.
선생님, 현장에서 학생들 많이 만나보셨을 텐데 이번 대책의 핵심은 뭐라고 보십니까?
정유선 초등정책국장 / 전국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이번 대책의 핵심은 학생 마음건강을 더 이상 개인이나 학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공적 영역으로 명확히 선언했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2030년까지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인력을 배치하겠다는 목표 역시, 그동안 부족했던 학교 내 마음건강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러한 선언이 실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장 여건을 반영한 세심한 운영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앞으로 5년 동안 오는 2030년까지 모든 학교에 전문 상담 인력을 배치하겠다는 겁니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정유선 초등정책국장 / 전국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전문상담인력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배치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용고시를 통한 정규직 전문상담교사 배치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며, 단기 인력이나 비정규 인력 확충만으로는 지속적인 지원이 어렵습니다.
또 학교마다 학생 수, 위기학생 비율, 지역 여건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1학교 1교사라는 획일적 기준보다는 학생 수와 위기 수준을 고려한 차등 배치가 더 현실적입니다.
특히 대규모 학교나 고위기 학생이 집중된 학교에는 2인 이상 배치가 전제되어야 실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학교별 여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실 지금 청소년 자살이 역대 최고 수준이고, 수면 아래에서 정신적인 위기 겪고 있는 학생들이 참 많은데 이렇게 어려운 학생들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는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까요?
정유선 초등정책국장 / 전국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현재 학생들의 마음건강 문제는 과거보다 더 저연령화되고, 더 복합적이며, 일상화된 위기의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양극화, 대입제도의 혼란과 같이 불확실성이 커진 사회 환경과 과도한 경쟁 구조,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학생사망사안보고서 분석 결과를 보더라도, 자살 원인의 상당 부분은 정신과적 문제와 가정 문제로 나타납니다.
이는 상담만으로 해결되기보다는 정신의학적 치료 와 가정 환경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사안이 많다 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번 대책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기관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현실과 인력 부족 문제까지 함께 고려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지역에 따라 소아청소년정신과전문의의 유무 등 인프라 차이가 많기 때문에, 정책에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학교의 역할을 넘어서서 치료 인프라와 연계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현장에서 상담 교사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어떤 걸까요?
정유선 초등정책국장 / 전국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위기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문상담교사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지원은 상담전문성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현실적으로 전문상담교사들은 학생 발굴과 상담, 각종 위기 대응은 물론이고, 다양한 행정 업무까지 동시에 떠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한 학생에게 충분한 시간과 깊이를 가지고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의 위기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전문기관으로 의뢰하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며,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외부 전문기관과의 연계가 실제로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용하려는 병원이나 기관에 대기 기간이 길어 즉각적인 연계가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스스로 외부 전문기관을 방문하기 어렵고 보호자의 동반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아, 가정의 협조 여부에 따라 연계 자체가 막히는 상황도 적지 않습니다.
더불어 초등학생이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은 거의 없고, 대안교육기관 역시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아울러 위기 상황에서 상담교사의 전문적 판단과 의뢰 결정이 사후적으로 문제 삼아지지 않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이 정책이 현장에 혼란을 주는 제도가 아니라, 학생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체계로 작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어쨌든 교육부가 뒤늦게라도 학력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마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일 텐데, 그래도 이번 종합대책에서 현장 교사들이 보시기에 아쉬운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정유선 초등정책국장 / 전국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우선 조력인 제도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고위기 학생의 적응과 회복을 돕는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전문성이 핵심인데, 봉사자나 비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은 자격 기준과 관리 체계가 매우 엄격하지 않으면 오히려 학생 안전 측면에서 우려가 커질 수 있습니다.
또 학생맞춤형통합지원과 관련해 학교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은 점도 우려됩니다.
학교는 발굴 및 의뢰에, 교육지원청과 지역사회가 연계와 사업집행 전반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상담 기록 표준화와 정보 연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상담 내용이 외부나 상급학교로 전달된다는 부담이 클 수 있습니다.
상담의 비밀보장 원칙이 훼손되거나, 책임이 상담교사 개인에게 과도하게 전가될 경우 오히려 위기 개입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도는 명확하되, 현장의 전문적 판단이 존중되는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보완이 되어야 할 텐데, 그렇다면 후속 과제로 꼭 메워졌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도 있을까요?
정유선 초등정책국장 / 전국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정서행동특성검사나 마음이지 검사처럼 자기 스스로 체크하는 자기보고식 검사는 보조적 도구로 활용되어야 하며, 이를 자주 시행하는 것만으로 위기를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고위험군 학생 전문기관 연계율 100% 달성도 실효성이 부족합니다.
위기 대응의 질보다 외부기관 연계 '비율'이 강조될 경우, 학생에게 가장 적절한 개입보다 행정 지표를 맞추는 데 초점이 옮겨갈 우려도 있습니다.
정책수립 과정에서 일선 학교에서 일하는 전문상담교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지금 이 청소년 마음건강 문제가 워낙에 심각하기 때문에 지금 방송을 지켜보고 계신 시청자들 중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선생님 마지막으로 이분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유선 초등정책국장 / 전국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우리는 몸의 아픔에는 관대하면서도 마음의 아픔에는 인색합니다.
마음이 힘들다고 할 때에는 "그건 나약한 거다", "참아야 한다"라는 말이 돌아오곤 합니다.
하지만 몸이 좋지 않을 때 휴식이나 치료가 필요하듯, 마음에도 돌봄이 필요합니다.
가벼운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지만, 깊은 상처는 반드시 도움이 필요합니다.
고민이 있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며, 동시에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고민이 있다면, 가족이나 친구, 교사와 함께 이야기를 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위클래스를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용기 있는 그 한 걸음이 치유와 성장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번 대책이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국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