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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사의 눈] 소녀상 철거 집회에 학교 현장 몸살…"혐오 넘어 성찰로"

[교육,초등,고교]
서진석 기자
작성일
25.11.28

[EBS 뉴스]

지난 2011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지금은 전국 곳곳에 150여 기로 늘어나 우리 사회의 기억과 교육의 공간으로 자리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소녀상을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학교에 설치된 소녀상까지 철거하겠다며 교육 공간에 난입해 시위를 벌이는 일도 속출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먼저, 영상부터 보겠습니다.


[VCR]


전국 156개 '평화의 소녀상' 

기억과 연대의 상징


"아픈 역사 잊지 말자"

학교에서도 역사 교육의 장으로


최근 일부 극우 단체

"교내 소녀상 철거" 주장 확산


경찰 "학습권 침해…집회 금지"

서울 막히자 춘천으로 이동 집회


혐오 시위에 흔들리는 학교 현장

시민단체 "역사 훼손 멈춰야“


분열 넘어 미래로

역사 교육이 풀어야 할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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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아픈 역사를 놓고 빚어지는 분열과 갈등 속에서, 역사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박미라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과 이야기 나눠봅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인권과 평화의 과제입니다. 


소녀상이 우리 사회에서 자리 잡게 된 역사적 의미,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박미라 역사 교사 /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과거의 한 시점에 머무는 사건이 아닙니다. 


국가가 주도한 전시 성폭력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이지요.


한국과 일본 사이의 평화를 위한 과제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거든요. 


사실 '위안부' 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역사가 된 건, 피해 사실 그 자체 때문만은 아닙니다.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나오셨고, 우리 사회가 그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학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학교가 힘을 합쳐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치유를 위해 노력해왔죠. 


저는 이 모든 과정, 즉 문제 해결과 회복을 위한 노력들이 모여 비로소 '역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의 소녀상'은 바로 그 역사화 과정의 상징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소녀상을 찾고 수요시위에 참여하는데요, 그곳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역사를 배우는 교실이자, 역사의 일부가 되는 현장입니다. 


소녀상 자체도 의미가 크지만, 그걸 세우기 위해 노력했던 시민들의 마음 또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학교 안이나 가까운 공간에 소녀상이 설치된 사례도 상당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소녀상은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적 효과를 준다고 보십니까?


박미라 역사 교사 /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네, 맞습니다. 


시민들의 노력으로 세워진 소녀상들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학생과 교사가 주축이 된 감동적인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의정부의 사례인데요. '평화나비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학생, 교사, 그리고 지역 청년들이 뭉쳤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의 '꿈의 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인 평화나비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직접 시민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모금 활동을 벌였죠. 


그 결과 2015년에 의정부역 평화광장에 소녀상을 세우는 결실을 보았습니다. 


학교 안의 배움이 학교 담장을 넘어 세상과 소통한 정말 소중한 사례죠.


두 번째는 이화여고 역사 동아리 '주먹도끼'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문제의식을 느낀 고등학생들이 전국 학교에 '작은 소녀상'을 세우자고 제안했어요. 


아이들이 직접 나서서 운동을 펼친 결과, 100개가 넘는 학교에 작은 소녀상이 세워졌습니다.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이 얼마나 큰 사회적 울림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었죠. 


이처럼 소녀상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역사 교재입니다. 


책으로만 배우는 게 아니라, 건립 과정에 참여하고 찾아가 보면서 아이들은 훨씬 더 깊고 풍성한 역사를 체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최근 일부 단체가 학교 주변에서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며 학생들에게도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교육적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박미라 역사 교사 /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매일 마주하는 교사로서, 몹시 우려스럽습니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표명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방식은 평화와 공존을 전제로 해야 하고, 그 내용은 보편적 상식에 닿아 있어야 합니다. 


특히 그 대상이 학교와 학생이라면 더더욱 신중해야 하죠.


지금 일부 단체가 주장하는 '소녀상 철거' 요구는 그 방식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배타적입니다. 


무엇보다 역사적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학교는 다양한 교육적 논쟁을 환영하지만, 특정 정파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것도 혐오 섞인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노출하는 건 결코 교육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서현아 앵커

위안부 문제의 사실을 부정하거나 축소하려는 주장도 함께 등장하고 있는데요. 


역사교육 전문가의 시각에서 볼 때, 이러한 '역사 부정'이 가진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박미라 역사 교사 /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예전에는 '역사 왜곡'이라는 말을 많이 썼죠. 하지만 최근에 언급되는 '역사 부정'은 단순한 왜곡을 넘어섭니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진실을 부인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훨씬 큽니다.


연구자들은 이걸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데요. 


첫째는 '문자적 부정'입니다. 


아예 "위안부는 없었다"고 사실 자체를 지워버리는 거죠. 


둘째는 '해석적 부정'입니다. 존재는 인정하되, "강제 동원이 아니라 돈을 벌러 간 매춘이었다"라고 본질을 호도하는 겁니다. 


셋째는 '함축적 부정'인데요. 


"전쟁 때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일본 제국주의만 있었던 일도 아니다"라며 책임을 물타기하고 합리화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역사 부정은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5.18 민주화 운동, 제주 4.3 사건 등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들을 대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유족이 엄연히 생존해 계시는데도 말이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어떤 사회를 보여줄 것인가, 민주시민으로서 어떤 역사관을 심어줄 것인가의 문제이기에 교사로서 더욱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특히 역사 수정주의적 주장들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희미하게 만들 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을 왜곡할 우려도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어떤 방식의 역사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박미라 역사 교사 /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현장 선생님들의 고민이 정말 깊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교실에서도 일부 학생들의 인식이 극단화되거나, 소위 '극우화'되는 경향이 느껴지거든요. 


12.3 비상계엄 사건 이후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서 이런 분위기가 더 짙어지기도 했고요.


저는 사람이 언제 배우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의 실패와 오류, 그리고 과오로부터 가장 처절하게 배운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직접 경험만이 스스로 바꿔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역사 교육이 과거의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성찰이 가능한 민주적 경험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교사는 어떠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교실, 상대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민주적 교실, 혐오와 배제의 언어가 아닌 연대와 공감의 교실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교실안에서 학생들이 역사적 쟁점에 대해 다양한 자료를 직접 찾아보고 다른 역사관과 논쟁하기도 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토론의 공간을 열어줘야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내 논리를 점검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넘쳐나는 다양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살필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결국 학교교육, 특히 역사 교육이 건강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교육을 하는 것에 너무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그런 제약들을 개선하고 21세기 대한민국에 필요한 역사 교육으로의 전환에 정부, 교사,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에서만큼은 역사적 사실이 흔들리거나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사회 전체의 책임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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