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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취업 대신 진학" 선택하는 직업계고…현장에서 본 이유는?

[교육,초등,고교]
이상미 기자
작성일
25.11.28

[EBS 뉴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는 산업 현장의 전문 기술 인력을 키우기 위한 직업계 고등학교입니다.


하지만 최근 취업률은 5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반면, 대학 진학은 계속 늘며 본래의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빠르게 바뀌는 산업 환경 속에서 직업계고가 어떤 과제를 풀어야 할지, 먼저 영상으로 보겠습니다.


[VCR]


2025년 직업계고 취업률 통계

취업률 55.2%…3년 연속 하락  


대학 진학률 49.2% 꾸준히 상승 

흔들리는 '선취업·후진학'  


고졸 일자리 양극화 

양질의 일자리 부족·고졸 차별도 여전


정체성 위기 맞은 직업계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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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오늘은 마이스터고인 서울 로봇고의 오성훈 교장선생님과 함께,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직업계고의 현실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올해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률이 55.2%로 3년 연속 떨어진 반면, 진학률은 49.2%까지 올랐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취업은 줄고, 대학 진학은 늘어나는 모습인데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오성훈 교장 / 서울 로봇고등학교

이번 통계는 직업계고의 정체성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성적표입니다. 


학생들이 직업계고를 '선취업의 경로'가 아닌, '더 쉬운 대학 진학의 우회로'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근본적으로는 '취업의 질' 양극화를 들 수 있습니다. 


직업계고 학생들을 기다리는 일자리는 여전히 열악하거나, 혹은 인공지능 대전환의 파고를 넘기 위해 '대학 이상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고난도 직무입니다. 


이 양극화의 좁은 틈 사이에서 한쪽은 외국인 노동자가, 또 한쪽은 대학 졸업자들이 채우며 그 틈을 더 줄이는, '고졸 인력의 구조적 배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안정된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니, 학생들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대학 진학이라는 익숙한 경로를 택하게 되는 구조인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예전보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바로 취업하기보다는 일단 대학 쪽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도 있다는 건데요. 


학생들이 취업 대신 진학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오성훈 교장 / 서울 로봇고등학교

핵심은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양질의 고졸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치열한 반면,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입학 문은 넓어졌습니다. 


게다가 직업계고 졸업생에게 돌아가는 취업 장려금보다 대학생이 받는 학자금 지원이나 각종 혜택이 훨씬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적인 유인책'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정책 변화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직업계고는 2019년 정도부터 취업과 진학을 모두 지원하는 '투 트랙'을 시도했고, 신입생 모집 홍보의 축도 옮겨갔습니다. 


'직업계고 들어와서 쉽게 대학 가자'였죠. 


이 과정에서 '직업계고를 통한 쉬운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입학생이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통계 착시도 짚어야 합니다. 


직업계고 졸업자의 취업률은 55.2%, 겉보기에는 절반 이상이 취업에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진학자, 입대자 등을 분모에서 제외한 결과입니다. 


졸업생 전체를 분모로 다시 계산해 보면, 실제로 바로 취업에 나서는 '순수 취업 비중'은 25.6%에 불과합니다. 


50%대라는 표면 취업률은 '졸업생 4명 중 1명만 취업'한다는 현실을 가리고 있는 셈입니다. 


서현아 앵커 

학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데에는 청년 신규 일자리 자체가 적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영향이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오성훈 교장 / 서울 로봇고등학교

일자리 부족은 기본 전제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고졸로도 괜찮을 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적다'라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것은 단순한 스펙 경쟁을 넘어선, 생존의 문제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이 여전히 '최소한의 사회적 대우를 보장받기 위한 자격'처럼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졸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처우·승진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험이 누적되면서,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인간다운 삶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압력이 형성된 것입니다.


이 압력을 약화시키려면, 출신 학력보다 실제 역량과 실무 능력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와 제도가 확산돼야 합니다. 


공공 부문과 대기업까지 '학벌 대신 능력'을 전제로 한 채용·승진 원칙을 분명히 하여, 직업계고 졸업생도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기술자를 존중하는 '고졸의 존엄'을 지키는 길입니다.


서현아 앵커

취업률만 살펴보면, 직업계고 유형에 따라 편차가 있는데요.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특성화고 평균보다 높은 편입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오성훈 교장 / 서울 로봇고등학교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취업률 차이는 '정책적 정체성'의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마이스터고는 출범 단계부터 대학 진학을 최소화하고 선취업을 학교 운영의 전제로 삼았으며, 이 '정책적 정체성'이 취업률 73.1%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졸업생 대비 순수 취업률 60.9%를 반영하고 있죠. 졸업자 중 상당 비율이 곧바로 취업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특성화고는 취업과 진학을 모두 지원하는 투 트랙 구조를 강화하면서 정체성이 흔들렸습니다. 


상당수 학생이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특성화고를 택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이는 다시 학교 교육과정까지 대학 준비 쪽으로 기울게 만들며, 취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특성화고의 순수취업률 22.7%가 이를 증명합니다.


서현아 앵커

인공지능과 로봇, 자동화가 빨라지면서 앞으로 10년, 직업계고와 마이스터고의 역할은 지금과는 또 달라질 거라는 전망도 많습니다. 


로봇 분야 마이스터고를 이끌고 계신 입장에서, 앞으로 우리 직업계고가 어떤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바꾸고, 어떤 역량을 키우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오성훈 교장 / 서울 로봇고등학교

인구절벽과 산업 구조의 대변환 앞에서 직업계고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당장 교육부가 575개의 직업계고를 마이스터고 65개, 협약형특성화고 35개, 합해서 100개로 육성하겠다고 했는데, 이 수치는 10년 내 직업계고를 100여 개 수준으로 재편할 것 같다는 경고로 들립니다.


이 문제는 학교 내부에서만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 등에서 중등 직업교육과 전문대학의 고등 직업교육 간의 역할을 포괄적으로 재정립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시급합니다.


교육도 변해야 합니다. 


미래 사회가 원하는 인재는 문제해결력을 갖춘 '증강지능 시대의 주체적인 학습자'입니다. 


우리 로봇고에서는 '문제해결력'을 최우선 역량으로 키우려 합니다. 


이를 위해 전공 지식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게 가르치고, 협력과 상상력의 기반이 되는 일반 지식은 '물'처럼 유연하게 가르치려고 합니다. 


여기에 AI 활용 능력, 능동적인 실행력을 더해 학생들이 '미래 대전환의 파도를 타는 혁신가'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번 통계 조사 결과를 경고 신호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 정부와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직업계고 정책 가운데 바꿔야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오성훈 교장 / 서울 로봇고등학교

지금의 직업계고 정책은 겉으로 보기에는 신산업·미래산업과 연결된 화려한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졸업 이후 안정된 일자리라는 '출구'가 충분히 설계되어 있지 않습니다. 


신산업 분야 위주의 재구조화는 결국 대학 진학이나 추가 학력 취득을 전제로 하는 경로를 확대하고, 직업계고 단계에서 '종결 교육'으로 취업을 준비하려는 학생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정책 목표는 '표면 취업률'이 아니라 '졸업자 기준 순수 취업률'을 의미 있게 높이는 데 맞춰야 합니다. 


최소한 졸업생의 절반 정도(순수 취업률 50% 이상)가 고교 단계 교육만으로도 안정된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뿌리 산업·기초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고졸 채용 확대, 임금·처우 개선, 장기 고용을 유도하는 지원책이 절실합니다.


서현아 앵커

아이들이 학력보다 능력으로 인정받고, 직업계고에서도 탄탄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교육과 노동시장 전반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할 때입니다.


교장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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